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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러 '스파이 암살' 갈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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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러 '스파이 암살' 갈등 확산

입력
2006.11.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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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망명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부(FSBㆍKGB의 후신) 정보요원 피살 사건을 둘러싸고 영국과 러시아의 외교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이 전 FSB 요원 알렉산데르 리트비넨코(43)의 사망에 러시아 당국 개입설을 제기했지만 러시아 정부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 인터넷판은 그가 죽기 수일 전 가진 '병상 인터뷰' 기사를 통해 “리트비넨코가 자신을 감시하는 인물로 '빅토르 키로프'를 지목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런던의 러시아 대사관에는 지난해 10월까지 아나톨리 V. 키로프라는 인물이 외교관으로 등록돼 있었다”며 러시아 국가기관이 피살사건에 연계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리트비넨코의 친구인 알렉스 골드파브도 26일 AP통신에 "병상의 알렉산드르는 자기를 감시해온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 2003년까지 러시아 대외정보부(SVR) 런던 책임자를 지냈으며 러시아 대사관의 외교관으로 행세해 왔다고 말했다"고 주장해 선데이 타임스의 보도를 뒷받침했다.

골드파브는 최근 “당신(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 사람(리트비넨코)을 침묵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지만 저항의 함성이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질 것”이라고 적힌 리트비넨코의 유서를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영국 경찰은 선데이 타임스측에 리트비넨코와 인터뷰 내용을 담은 테이프를 넘겨주도록 요구하는 한편 리트비넨코에 관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라고 러시아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서방 진영이 러시아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리트비넨코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국가두마(하원) 국제위원장은 “리트비넨코의 죽음을 러시아와 관련지으려는 것은 그의 죽음을 반 러시아적 목적을 위해 활용하려는 기도”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리트비넨코의 사망에 러시아 당국이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한 리트비넨코는 모스크바에서 청부 살해된 러시아 여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사건 배후를 캐려고 1일 일식집에서 제보자들과 만나고 귀가한 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3일 밤 사망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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