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H5N1)는 2003년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 창궐한 이후 세계적으로 29개국에서 유행했고 올 들어 90여명의 사망자를 낸 ‘전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3년 이후 9명의 무증상 감염자(발병은 하지 않고 양성 반응만 보인 경우)가 발견돼 AI의 인체 감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기도 했다.
●살처분(殺處分) 인력 관리 철저
질병관리본부는 AI의 인체 감염을 막기위해 우선 고위험군에 속하는 살처분 인력의 방역관리에 들어갔다. 본부 관계자는 26일 “닭과 오리 등 모든 가금류 살처분 참여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이들의 보호복 착용을 점검하고 있다” 며 “이들에게 AI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복용케 해 위험도를 최대한 떨어뜨리고 살처분이 끝난 후에도 주기적으로 감염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대규 본부장은 “당장 일반 국민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 가금류와 접촉이 빈번한 사람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본부는 AI의 진원지인 익산 농가 주인 부부 등에 대해 AI 감염여부를 간이검사한 결과 다행히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 AI 발생 이후 이 농가를 출입한 10명도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본부는 잠복기 등을 고려해 3주후 추가로 AI 감염여부를 검사할 예정이다.
●방역주체 이원화 등 문제
당국은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철저한 위생관념과 안정적인 방역시스템 운영 덕분에 고병원성 AI로 인한 환자가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공포 분위기’ 확산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허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방역주체가 농림부와 질병관리본부로 이원화돼 있는 점이 문제다. 가금류 살처분에 참여하는 인력 동원 및 1차 관리는 농림부 소관 사항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감염방지 대책 마련이나 이후 모니터링은 본부가 맡고 있어 업무의 연결고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방역의 허점이 노출될 수 있다.
실제 2003년 당시 살처분에 참여했던 사람 중에는 지방자치단체와 농림부, 본부의 관리부실로 개인 보호복 등을 갖춰 입지 않아 AI 무증상 감염자가 된 경우도 있다.
현재 98만 명 분인 타미플루 재고량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나라당 문 희 의원은 최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가 보유한 타미플루의 양은 전체 인구의 2%에게만 공급할 수 있는 정도”이라며 “이는 선진국의 25%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전염병감시팀장은 그러나 “타미플루는 남용할 경우 내성강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조심스레 투약하는 약인 만큼 재고가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다” 며 “일부에선 2003년 이후 많이 들여온 타미플루는 유효기간 때문에 약효가 줄었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유효기간이 5년이라 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H5N1형
모든 독감 바이러스는 두 종류의 단백질 즉, 헤마그글루티닌(H)과 뉴라미니다제(N)를 갖고 있는데 이들의 조합 상태에 따라 이름이 표시된다. H는 헤마그글루티닌, N은 뉴라미니다제를 뜻하며 H의 조합상태는 15가지, N은 9가지가 돼 총 135개의 바이러스가 만들어진다. H5N1형은 이 조합 '경우의 수' 중 하나로 H7형과 함께 H5로 시작되는 바이러스가 주로 고병원성이다.
●고병원성 AI
병을 유발하는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나뉘며 고병원성은 닭과 오리 등 가금류가 한번 감염되면 80%이상의 치사율을 보인다. 사람한테 옮겨질 정도로 전염성이 강해 국제수역사무국(OIE)은 A급 질병으로 분류, 관리하고 있다. 'AI'라고 하면 통상 고병원성 AI를 가리킨다. 저병원성은 치사율이 높지 않고 인체에도 해가 없어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타미플루(Tamiflue)
스위스의 로슈홀딩이 독점 생산하는 AI 치료제다.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효소의 기능을 막아 치료 효과를 내는 항바이러스제이며 증상 발생 48시간 안에 복용해야 효과가 크다. 미국 등에서 이 약을 복용하고 망상과 환각 등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사례가 있어 포장에 부작용 경고 문안이 표시된다. 한국로슈사에서 완제품을 수입, 판매(소비자가격 10캡슐 4만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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