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외국인을 한국사 전임 교수로 임용했다.
고대 관계자는 24일 “헨리 임(46ㆍ사진) 미국 미시건대 아시아문화학과 교수를 한국사학과 기금교수로 초빙하기 위해 선발 절차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현재 학교 인사위원회의 자격 심사를 통과하고 교무위원회 심사와 총장 결재만을 남겨 놓고 있어 사실상 임용이 확정됐다. 그 동안 한국사를 연구한 외국인 학자들이 교환교수나 객원 연구원으로 국내 대학에서 강의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공식 모집 절차를 거쳐 전임교원으로 임용된 것은 처음이다.
임 교수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에서 한국현대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 UCLA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미시건대 한국사 분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한국전쟁의 기원> 으로 유명한 부르스 커밍스 교수로부터 사사하고 특히 근대 민족주의 지성사와 사회ㆍ경제사 연구에 천착해 왔다. 고대와는 1991년, 97년 두 차례 객원 연구원으로 일한 인연이 있다. 한국전쟁의>
임 교수는 “10ㆍ26 사태와 광주 민주화운동을 지켜보며 한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이나 외국 식민지 사례와 비교해 일제강점기를 분석하는 문제 등에 대해 학생들과 폭 넓은 의견을 나누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 교수는 2007년 1학기부터 학부, 대학원, 교양 과목 등 3개의 수업을 맡을 예정이며, 강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고대는 두뇌한국(BK)21 2단계 사업의 중점 과제로‘한국사의 국제화’를 선정해 해외석학 초빙을 추진해 왔다. 계약기간은 2년이지만 학교측은 부교수급에 준하는 급여와 생활 지원비를 제공해 강의와 연구에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초빙 비용은 고대가 별도로 조성한 ‘외국인 초빙교수 기금’에서 전액 지급된다. 실무를 담당한 이진한 한국사학과 교수는 “역사는 자존심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지원 자격(조교수급 이상 전임교수)뿐 아니라 검증 과정도 엄격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학내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 문과대의 한 교수는 “기존의 한국사 연구는 지나치게 국내 시각에 매몰된 측면이 있었다”며 “우리 역사를 외부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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