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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첫 사회창안 게릴라포럼 "무늬만 시민단체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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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첫 사회창안 게릴라포럼 "무늬만 시민단체 NO"

입력
2006.11.2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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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소소했다. 쉽게 넘길 수도 있는 문제였다. “빵 맛이 이상해 봤더니 유통기한이 지났어요.” 호종훈(26ㆍ단국대 건축학4년)씨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부모가 운영하는 구멍가게가 떠올랐다. 동네 사랑방을 자처하지만 가끔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 때문에 소란이 일었다. 그는 “표시가 잘 안 보여 실수로 진열한 건데 난처할 때가 많았다”고 했다.

유심히 살펴보니 상품마다 유통기한 표시는 위치 크기 내용 색깔 등이 제 각각이다. 소비자가 쉽게 알아보기 어려워 통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호씨는 자신의 의견을 9월 중순 희망제작소(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 홈페이지(www.makehope.org)에 올렸다.

설마 했는데 바로 답이 왔다. 비슷한 시민제안이 넘치고 넘칠 텐데 시민단체가 선뜻 자신의 의견에 귀 기울이자 신이 났다. 이 후 노점상 철거의 대안으로 ‘아름다운 노점’을 만들자는 제안 등 수십 건의 아이디어를 올렸다.

호씨의 작은 관심은 24일 급기야 희망제작소가 주관하는 첫 ‘사회창안 게릴라포럼’으로 결실을 맺었다. 유통기한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포럼에는 희망제작소 연구원뿐 아니라 한국소비자원(옛 한국소비자보호원), 녹색소비자연대, 시민평가단, 업체 관계자(하이트맥주㈜)까지 10명이 참석했다.

처음 보는 사이지만 서로 지혜를 짜내는 자리라 진지했고 대안은 풍성했다. 희망제작소가 시동을 걸었다. 정기연 연구원은 호씨의 씨앗제안을 밑천 삼아 유통기한 관련 법령을 살펴보고 소비자 설문조사를 실시해 유통기한 표시의 문제점과 필요성을 보강했다.

김진희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유통기한만큼 보관방법도 중요하다”고 조언했고, 조재빈 소비자원 과장은 “유통기한뿐 아니라 ‘최상기간’ 등 다양한 품질유지 기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8월부터 ‘음용(飮用)권장기한(6개월~1년)’을 도입한 하이트맥주㈜는 우수사례로 뽑혔다.

변질된 빵 한 조각으로 시작된 2시간 동안의 게릴라포럼은 뜻 깊은 결론을 내렸다.

1. 유통기한 글씨 크기와 위치 등은 일관되게 한다.

2. 상온 냉장 냉동 등의 기준이 무엇인지 보관방법 관리도 시급하다.

3. 1, 2를 위해 식품고시 개정 의견서를 내고 기업들의 협조도 구한다.

진정한 의미의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시민단체는 권력감시나 정책대안, 주요 이슈 따라잡기를 하느라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사회창안 게릴라포럼처럼 시민을 다시 주인 자리에 올려 놓으려는 움직임은 최근 확산되고 있다.

서울YMCA는 23일 논란을 빚어온 난지골프장 문제에 대해 주부 대학생 직장인 등 시민 11명을 1일 배심원으로 초청해 시민법정을 열었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 부장은 “시민들이 직접 공론의 장에 모여 갈등해결을 모색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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