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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요트' 아버지는 집팔아 요트 사려하고 여동생은 난자매매 나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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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요트' 아버지는 집팔아 요트 사려하고 여동생은 난자매매 나서고…

입력
2006.11.2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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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 서하진 지음 / 문학동네 발행, 288쪽, 9,800원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 <즐거운 나의 집> 의 목가적 신화는 이제 허구로 치부된다. 이름하여 가족 해체 시대. 울타리라는 이름으로 엮인 가족은 가장 가까이에서 우리를 공격하는 잔인한 적이자 굴레이고, 안락하고 화목하게 보일수록 그곳은 허위와 위선의 온상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중산층 가정의 일상에 가해진 위태로운 균열을 묘파해온 작가 서하진(46) 씨가 다섯번째 소설집 <요트> 를 펴냈다. 역시 가족과 아버지에 관한 얘기다. 20억 원짜리가 된 강남 재개발 아파트에서의 안정된 삶은 모범생 아들의 가출로 여지없이 무너져내리고 <요트> , 못다 이룬 꿈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 아내는 “대출받은 전세금과 불입이 끝나지 않은 적금 같은 사소하고도 중요한 것들”(10쪽) 때문에 남편으로부터 갖은 핍박을 당한다 <농담> . 아버지의 빈자리를 오롯이 충당했던 오빠의 죽음으로 인해 여동생은 난자매매에 나서고 <꿈> , 이웃집 여자와 사랑에 빠져 캐나다로 떠난 버린 아버지 때문에 남겨진 어머니와 외아들은 칠흑 같은 고통의 시간을 영겁회귀처럼 반복해 겪어낸다 <비망록(備忘錄), 비망록(悲忘錄)> . 가족, 그 징글징글한 인연 때문에 소설 속의 여자와 남자들은 말없이 내파(內破)한다.

서하진의 소설세계를 주축하는, 억압적이고 속물적인 가부장의 표상으로서의 아버지는 이번 소설집에서 다소 양태를 달리한다. 강남의 아파트를 팔아 그 돈의 일부로 요트를 사겠다는 표제작 <요트> 의 남편처럼, 아버지들은 불가해한 열정과 욕망에 이끌려 돌연 가출을 감행한다. 그러나 가부장의 그 빈 자리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전승되고, 누구에게도 버거운 그 자리는 소설 속 인물들을 이중으로 억압하며 비명을 토하게 한다.

흠을 잡기 힘든 탄탄한 문장과 촘촘한 구조의 <요트> 속 소설들은 서씨의 작가적 역량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다’는 구태의연한 표현을 축어적 의미에서 실현하고 있는 <비망록(備忘錄), 비망록(悲忘錄)> 은 아내와 남편, 아버지와 아들의 간절한 애증을 묵직하게 전달하며 읽는 이의 심장을 건드리기도 한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이야기들 속에 좀 더 색다른 이야기, 도드라진 결정적 한 방이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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