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 서하진 지음 / 문학동네 발행, 288쪽, 9,800원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 <즐거운 나의 집> 의 목가적 신화는 이제 허구로 치부된다. 이름하여 가족 해체 시대. 울타리라는 이름으로 엮인 가족은 가장 가까이에서 우리를 공격하는 잔인한 적이자 굴레이고, 안락하고 화목하게 보일수록 그곳은 허위와 위선의 온상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즐거운>
중산층 가정의 일상에 가해진 위태로운 균열을 묘파해온 작가 서하진(46) 씨가 다섯번째 소설집 <요트> 를 펴냈다. 역시 가족과 아버지에 관한 얘기다. 20억 원짜리가 된 강남 재개발 아파트에서의 안정된 삶은 모범생 아들의 가출로 여지없이 무너져내리고 <요트> , 못다 이룬 꿈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 아내는 “대출받은 전세금과 불입이 끝나지 않은 적금 같은 사소하고도 중요한 것들”(10쪽) 때문에 남편으로부터 갖은 핍박을 당한다 <농담> . 아버지의 빈자리를 오롯이 충당했던 오빠의 죽음으로 인해 여동생은 난자매매에 나서고 <꿈> , 이웃집 여자와 사랑에 빠져 캐나다로 떠난 버린 아버지 때문에 남겨진 어머니와 외아들은 칠흑 같은 고통의 시간을 영겁회귀처럼 반복해 겪어낸다 <비망록(備忘錄), 비망록(悲忘錄)> . 가족, 그 징글징글한 인연 때문에 소설 속의 여자와 남자들은 말없이 내파(內破)한다. 비망록(備忘錄),> 꿈> 농담> 요트> 요트>
서하진의 소설세계를 주축하는, 억압적이고 속물적인 가부장의 표상으로서의 아버지는 이번 소설집에서 다소 양태를 달리한다. 강남의 아파트를 팔아 그 돈의 일부로 요트를 사겠다는 표제작 <요트> 의 남편처럼, 아버지들은 불가해한 열정과 욕망에 이끌려 돌연 가출을 감행한다. 그러나 가부장의 그 빈 자리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전승되고, 누구에게도 버거운 그 자리는 소설 속 인물들을 이중으로 억압하며 비명을 토하게 한다. 요트>
흠을 잡기 힘든 탄탄한 문장과 촘촘한 구조의 <요트> 속 소설들은 서씨의 작가적 역량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다’는 구태의연한 표현을 축어적 의미에서 실현하고 있는 <비망록(備忘錄), 비망록(悲忘錄)> 은 아내와 남편, 아버지와 아들의 간절한 애증을 묵직하게 전달하며 읽는 이의 심장을 건드리기도 한다. 그러나 비슷비슷한 이야기들 속에 좀 더 색다른 이야기, 도드라진 결정적 한 방이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비망록(備忘錄),> 요트>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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