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인간의 문화가 시작된 곳입니다. 숲이 건강해야 우리의 미래도 밝습니다.”
영국 남웨일스 출신으로 일본에서 환경운동가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C.W 니콜(66)씨가 강연차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02년 일본 나가노(長野)현 구로히메(黑姬)에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숲 가꾸기 운동을 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130여권의 소설, 동화를 지은 유명작가이기도 하다.
환경운동가와 작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23일 건국대 충주캠퍼스에서 ‘켈트문화와 동화’를 주제로 특강을 한 그를 24일 만났다. 그는 “오지나 깊은 산 속에서 자연과 호흡할 때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낀다”며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 기분”이라고 했다.
탐험가가 꿈이었던 니콜은 17세 때부터 3차례 북극에 갔다. 북극에 다녀온 경험을 살려 25세 때 캐나다 북극생물연구소에서 해양포유류를 연구했다. 이 때 글쓰기를 시작했다. 처음 쓴 소설도 북극의 에스키모에 관한 이야기였다.
니콜은 에디오피아 정부 초청으로 야생동물보호국 수렵주재관으로 활동하며 돌산을 공원으로 만드는 일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캐나다 환경부 공무원으로 일하던 중 일본으로 건너가 대학에서 해양수산을 전공했다.
이 때 목격한 일본 숲의 기형적인 모습은 니콜이 새로운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를 거치면서 전후 파괴된 숲을 재건하는데 힘썼지만 무분별한 인공림 일색이었다. 니콜은 “촘촘하게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 풀들은 말라 죽고 먹을 것 없는 동물들도 하나씩 사라져간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니콜은 새로운 숲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숲이 건강해야 여기에서 흘러가는 물줄기, 그리고 그 물을 먹고 사는 인간이 건강해질 수 있다”며 “나무와 풀, 짐승과 인간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글쓰기로 벌어들인 돈을 모두 털어 땅을 사고 나무 심는 법을 배웠다. 모자라는 돈은 다시 책을 써서 메웠다.
니콜이 일군 숲은 작지만 모든 이에게 늘 열려있다. 그는 특히 아이들을 초대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다. 어린이들이 숲의 건강한 기운을 받아 올곧게 자랄 때 우리의 미래에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바람은 근작 <벌거숭이 왕자 덜신> 등 그의 작품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벌거숭이>
한국의 자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니콜은 “무엇보다 사방에 빼곡 들어선 아파트 숲을 보고 놀랐다”며 “우리 주변의 환경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사진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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