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부가 발표한 무안, 목포, 신안의 서남권 종합발전구상은 이 지역을 누대에 걸친 낙후성에서 벗어나게 하는 야심만만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 고속철도가 깔리고 각 지역이 관광, 산업, 물류의 거점으로 집중 개발돼 앞으로 펼쳐질 환황해권 시대의 중심으로 육성된다.
개발에서 소외돼 인구가 매년 5~13% 줄어들 만큼 침체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이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희망의 복음이나 마찬가지다. 개발의 당위성이나 서해안시대에 대비하는 전략적 타당성, 지역의 뜨거운 의지가 합쳐져 잠재력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미 정책추진의 동력을 상실한 현 정부가 이 거대한 구상을 어떻게, 얼마나 밀고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행보와 겹치면서 정치적 의미가 짙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호남지역에는 새만금 8,000만평에 대한 개발사업과 영암, 해남 일대 3,000만평을 관광레저도시로 개발하는 J프로젝트가 이미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사업 내용도 비슷하고 22조원의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서남권 개발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이다.
이 사업에 들어가는 정부 예산은 10조 5,000억원의 호남고속철도 건설비를 포함해 15조원에 이른다. 나머지 7조 2,000억원 가운데 90%를 민자로 충당할 계획이지만 이미 추진되고 있는 이 지역 기업도시 개발사업에도 기업 참여는 전무하다. 조선, 식품, 세라믹 같은 지역 특화산업을 육성하겠다지만, 인근에 있는 대불공단은 아직도 입주 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전국에 걸쳐 개발사업을 남발하는 바람에 땅값이 치솟고, 막대한 보상비가 투기자금으로 흘러 들어가는 상황에서 이번 발표가 투기붐에 기름을 붓고 소지역주의의 갈등을 키우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는 현실성 있는 구체적 사업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기대감만 한껏 부풀린 뒤 정작 사업추진은 흐지부지하는 것은 현지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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