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의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요금이 내년부터 최고 30%까지 오를 전망이다. 시민들은 운송사의 경영수지 악화 책임을 서민에게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및 버스의 기본요금을 내년 2월부터 현행 800원에서 900원으로 인상하고, 지하철 요금 산정거리를 단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요금 조정안을 마련, 시의회에 제출했다고 23일 밝혔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에 따르면 지하철 및 버스의 기본요금을 현행 800원(교통카드 사용 기준)에서 900원으로 인상한다. 현금승차 요금의 경우 현행 900원에서 1,100원으로 오른다. 광역버스의 요금도 현행 1,400원에서 1,700원으로 인상된다.
지하철 요금 산정거리는 기본 12㎞, 추가 6㎞에서 기본 10㎞, 추가 5㎞로 단축된다. 이에 따라 지하철 승객은 10㎞ 이내에서는 기본요금 900만원을 내지만, 5㎞씩 추가될 때마다 100원씩을 더 내야 한다. 기본요금 인상과 지하철 요금 산정거리 단축을 감안하면 지하철 요금의 인상률은 15%에 달한다.
하지만 시 외곽이나 경기 분당ㆍ일산 등 신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분당 오리역에서 서울시청역(35.9㎞)까지 요금은 기존 1,200원(교통카드 결제시)에서 1,500원으로 300원(25%), 현금을 사용할 경우 1,300원에서 1,700원으로 400원(30%) 오른다.
시 관계자는 “유가 인상, 인건비 증가 등 운송원가 상승과 지하철의 경영수지가 악화를 반영해 2년 8개월 만에 요금인상을 추진하게 됐다”며 “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경기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내년부터 환승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시의회의 의견을 듣고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최종 요금을 확정할 예정이다.
요금 인상안이 시행되면 시내버스는 연간 1,600억원, 지하철은 1,200억원의 수입을 더 걷어들이게 된다.
경기도도 유가 인상 등을 이유로 서울과 비슷한 시기에 버스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2004년 10월 인상된 경기도의 버스요금(성인ㆍ카드기준)은 현재 도시형 시내버스가 800원, 좌석형버스 1,300원, 직행좌석버스(광역버스) 1,500원이다.
도는 2004년 요금인상 당시 경유가격이 리터 당 981원이었으나 최근 1,300원대로 30% 이상 급등했고 임금 역시 매년 5%씩 올랐기 때문에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지하철 경영합리화 등 운송원가 절감을 위한 충분한 노력 없이 대중교통 요금을 대폭 올려 서민들의 생계비 부담을 가중시키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회사원 정모(38)씨는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들에게 100, 200원 올리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라며 “배차간격 단축 등 서비스 개선에는 손을 놓고 있으면서 요금만 올리는 게 대중교통 정책이냐”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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