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전격적으로 단기예금에 대해 지급준비율을 인상하자, 은행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다.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꺼리지만, 이번 지준율 인상이 결국 은행의 대출여력을 축소해 실적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불만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이번 조치로 은행권 전체가 무이자로 한은에 예치해야 할 지불준비금은 약 5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른 단순 기회손실비용은 예금금리를 5%로 가정하면 2,5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대략 8,600억원 정도 예치금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약 7,000억원, 우리은행은 6,000억원 정도를 추가로 예치해야 한다. 반대로 한은은 무이자로 받은 자금을 운용해 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그 만큼 통화안정증권 발행을 축소해 수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에서 “한은의 적자를 시중은행이 대신 메워주는 셈”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지급준비금 예치의무는 은행에게만 있기 때문에 제2금융권과의 영업경쟁도 불리해진다.
이론적으로 지급준비금이 늘어나면 은행은 예금금리 인하나 대출금리 인상 등을 통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요구불예금의 금리는 0.1% 수준으로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 더 이상 인하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대출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준율 인상으로 유동성 시장이 축소되면 시중금리가 인상돼 은행들의 콜차입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결국 대출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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