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노무현 한국 대통령은 출신성분이나 세계관, 정책 어느 구석을 뜯어봐도 닮은 데가 없어보인다. 그래도 뒤져보니 둘 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을 존경한다고 돼 있다.
부시 대통령이 휴가 때마다 링컨에 관한 책을 가져간다고 흘리고 공화당이 자주 링컨과 부시를 견주는 것을 보면, 부시 정권의 링컨 애착은 남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노무현이 만난 링컨> (학고재)이란 책까지 써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노무현이>
부시의 애착은 링컨이 같은 공화당 출신으로 남북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전시 대통령이라는 데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부시는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최고사령관’ 링컨에 자신을 대입하고 싶어한다. 역사가 평가할 것이니 전시 대통령인 나를 흔들지 말라는 정치적 인용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책에 “낮은 사람이, 겸손한 권력으로, 강한 나라를 만든 전형을 창출한 사람, 그가 곧 링컨”이라고 적었다. 장작 패던 사람이 정의로운 대통령이 됐고 역사의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높이 보는 것 같다.
미국 대통령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룬 크리스 월리스의 <대통령의 위기> (이가서)에는 링컨이 전황이 들어오는 전신국을 아무도 없는 아침에 자주 들렀다는 일화가 나온다. 임기 내내 비판에 시달린 외로운 대통령 링컨은 전신국 기사에게 “박해자를 피하기 위해서 여기에 온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부시 대통령과 노 대통령은 이제 레임덕이 시작된 힘 빠진 대통령이라는 공통점도 생겼다. 노 대통령의 선거 연패기록은 새삼 설명할 것도 없다. 부시 대통령은 상ㆍ하원 중간선거에서 모두 패하고도 연일 지지율이 추락 중이다. 두 사람은 박해자를 피해 전신국을 찾던 링컨의 모습에 더욱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판당하고 욕먹는 것은 링컨 급이라고 해도 미국에서 부시 대통령을, 한국에서 노 대통령을 링컨 급 대통령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나 싶다. 고통스런 내전 수행과 승전 뒤의 남부 포용이라는 링컨의 정치가 연방유지, 즉 국가ㆍ국민통합을 추구했던 것과 달리 두 사람의 정치는 고집과 분열의 정치라는 여론이 각각의 나라에 뿌리 깊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 지지 여부로 세계를 동맹과 적, 국민을 애국자와 비애국자로 나누었다. 노 대통령은 코드가 맞으면 정의로운 세력, 아니면 불의의 세력으로 나누었다는 비판이 많다.
이게 진실이든 진실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생긴 오해이든 현실임에는 변화가 없다. 설사 오해라 쳐도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이해와 지지 확보가 정치의 본질인 이상 오해의 발생은 이미 통합의 리더로서 대통령에게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다.
부시 대통령은 본심이야 어떻든 중간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 지도부, 초당파로 구성된 이라크연구그룹과 만나는 등 비판을 듣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도 직접 썼다는 책에서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낸 링컨의 정치력과 포용력, 관용을 자주 언급하고 있으니, 이런 일의 중요성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레임덕 대통력의 남은 임기는 본인에게도 괴롭겠지만 비판자들에게도 길고 지겹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레임덕 대통령에게는 비판을 넘어서 조롱(嘲弄)이 쏟아진다. 레임덕 대통령은 비판자들의 말도 들어가며 벌인 일이나마 마무리 지어주었으면 한다. 조롱도 병인양 하여 더욱 그렇다.
신윤석 국제부장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