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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심야의 PC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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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심야의 PC방

입력
2006.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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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고를 프린트해 본 뒤에야 털 수 있다. 내가 플로피디스켓을 들고 프린트하러 가는 PC방은 우리 동네 버스종점 뒤에 있다. 한적한 어귀 3층 건물의 지하. 착하고 좀은 어수룩해 보이는 부부가 번갈아 지키고 심야에는 아르바이트원이 있는 곳. 지금 아르바이트원은 똘똘한데 전에 일하던 이는 달랐다.

급히 프린트할 일이 있어 새벽에 무작정 PC방을 찾아갔었다. 침침한 계단을 내려가 문을 밀고 들어서니 어두침침한 실내에 파란빛과 전자총 소리가 떠돌고 있었다.

드문드문 컴퓨터 앞에 사람들이 앉아 있고, 아르바이트원은 카운터에 엎드려 잠이 들어 있었다. 그를 잠시 내려보다가 가까이 있는 한 청년에게 프린트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뿌연 눈빛으로 내 쪽을 흘깃 보더니 "할 줄 모르는데요" 웅얼거리며 이내 고개를 돌렸다. 성가심과 무안함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할 수 없이 자는 사람을 깨웠다.

놀랍게도 그 역시 프린트를 할 줄 모른다고 했다.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겐 그쯤 간단한 일일 줄 알았는데, 그 시간 그 PC방에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지금 나는 직접 프린트도 하고 이메일도 보낼 수 있다. 어렵사리 배웠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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