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7시 부산 중구 남포동 국도극장. 부산의 대표적 집창촌인 ‘완월동’ 성매매 여성들의 애환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언니’(Unnie)의 시사회가 열렸다. 성매매 여성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를 ‘언니’라고 부른다.
완월동 여성들의 애처로운 삶과 지옥 같은 곳에서 도망쳐 나온 A양의 사연,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J양의 자활 몸부림, 이들을 지켜보며 또 다른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 상담 활동가들의 생생한 모습과 눈물이 스크린에 가감 없이 담겼다. 영화에는 언니들의 얼굴도 이름도 안 나온다. 오직 목소리뿐이다.
영상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은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했다. 계운경(35ㆍ여) 감독은 “남성 중심적인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는 여성의 자발적인 직업선택으로 볼 수 없다”며 “성매매는 개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80분 상영시간 내내 성매매 여성은 물론, 비슷한 또래의 20, 30대 여성, 60~70대 노인 등 400여명이 들어찬 객석에서는 탄식과 한숨 소리가 들렸다. 성매매 여성 L(23)씨는 “현실은 이보다 더 큰 고통”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남성관객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진한 감동을 받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성매매특별법(2004년 9월 23일) 시행 2주년을 기념해 (사)부산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이 여성가족부의 후원을 받아 제작됐으며 지난달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 아시아네트워크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살림’측은 완월동의 변화하는 모습을 1년 가량 더 담은 뒤 내년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영화 부문에 정식 출품할 예정이다. ‘언니’는 28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2차 시사회를 연다. (051)245-8292
부산=글ㆍ사진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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