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에디슨이 1879년 마침내 전구를 발명하자 기자가 축하인사와 함께 물었다."실험과정에서 2,000번 가까이 실패하셨다고 들었는데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던가요?""웬걸요. 저는 단 한번에 성공했습니다.
단지 수많은 학습과 도전의 과정을 거쳤을 뿐입니다."IBM의 한 간부가 모험적인 사업을 벌이다 회사에 1,000만달러의 손해를 입히자 사표를 들고 창업자인 톰 왓슨을 찾아갔다.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하는 그에게 왓슨이 말했다."농담하는가? 우린 자네를 리더로 키우는 데 1,000만 달러를 투자했을 뿐이네."
▦'실패의 미학'이란 이름으로 흔히 인용되는 예화다. 실패를 겪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도 없고, 한번의 성공에 도취하면 더 큰 실패가 기다린다는 경구이기도 하다. 정보기술(IT) 거품이 세계경제를 강타했던 2000년대 초 경영학계엔 '실패학(failure study)'이 화두로 떠오른 적도 있었다.
실패의 경험을 분석하고 학습지식으로 체계화해 창조경영의 씨앗으로 활용하자는 뜻에서였다. 일본 도쿄대 공대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의 <실패학의 권유> 가 이목을 끌고,'큰 사고 앞엔 항상 수백번의 이상 징후가 있다'는'하인리히 법칙'도 회자됐다. 실패학의>
▦ 하지만 당시 글로벌 경쟁에 내몰린 기업들로선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이 당면한 과제였던 탓에 당시 실패에 대한 관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새삼 이 분야가 부상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난해 9월 GE가 '획기적 상상'이라는 컨퍼런스에서 자사 제품 중 10여 개를 실패작으로 공개하고 원인과 해결책을 토론한 것이 불을 당겼다.
야심작으로 내놓은 소프트웨어가 시장에서 참패한 미국의 한 인터넷회사는'실패 파티'를 열고 "실패작을 내놓은 것이 실패가 아니라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이 진정한 실패"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 실패학의 요지는'실패를 친구처럼 삼아야 지속적인 창조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상적 삶이나 국가경영에도 이 진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외환위기 직후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이규성씨는 얼마 전 펴낸 1,080쪽의 <한국의 외환위기: 발생, 극복, 그 이후> 에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위기와 실패를 극복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가 시장의 힘을 꺾으려고 과욕을 부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하지만 이 정권의 사전엔 패배가 없고 상황에 따라 말은 잘도 둘러댄다. 최근 타계한 밀턴 프리드먼이 말한 '샤워실의 바보'가 찬 물, 더운물 못 가리는 바로 이들이 아닐는지.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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