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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간 후진타오, 최종 목적지는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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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간 후진타오, 최종 목적지는 파키스탄?

입력
2006.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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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21일 뉴델리 정상회담은 숙명의 라이벌이 공생의 길을 찾아가는 첫 걸음이었다. 중국과 인도는 경제에서 핵개발 협력까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데 한 목소리를 냈으나, 정치적 신뢰관계 구축에는 한계도 드러냈다. 양국의 해묵은 반목의 뿌리인 국경분쟁, 달라이 라마의 신변 처리 문제 등 미묘한 쟁점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아 갈등의 불씨는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2일 “두 정상이 양국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를 여는 것은 접어두는 대신 공통의 이익 강화만 추구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상으로는 10년 만의 방문이라는 상징성 만으로도 양국 정상회담이 갖는 무게는 적지 않다. 양국은 연 8%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경제 부문에서 최대의 협력을 약속했다. 후 주석과 싱 총리는 21일 양국 교역액을 201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400억달러로 확대하는 등 13개항에 합의했다. 지난해 4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인도 방문 때 설정한 2008년까지 200억달러 목표에서 더 나아간 긴밀한 경제 협력을 다짐한 것이다.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동반한 후 주석은 인도의 경제수도 뭄바이도 일정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후 주석과 싱 총리의 정상회담은 인도가 중국에 갖고 있는 앙금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_인 협력은 경제 분야에 치중된 절름발이일 뿐, 정치적 갈등은 앞으로 더 심화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국경문제, 중국_파키스탄 관계, 인도_미국 관계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않고는 중국_인도 관계는 큰 진전을 이룰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지만, 후 주석은 이 같은 인도의 불편한 심기를 달랠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지 못했다. 후 주석의 방문에 앞서 13일 쑨위시(孫玉璽) 주 인도 중국 대사가 국경분쟁 지역인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 프라데슈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중국측은 1962년 유혈충돌로 발전한 국경분쟁을 오히려 쟁점화하려는 의도마저 내비쳤다. 13개항 합의안에 평화적 목적의 핵개발에 협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함으로써 중국 정상이 처음으로 인도의 핵 개발에 협력을 표명한 것은 인도측의 수확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중국이 인도에 접근하는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이 적극 요구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20일 후 주석의 인도 도착 시 싱 총리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나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방문 때와는 달리 직접 공항으로 영접을 나가지 않은 것이나, 후 주석의 인도 의회 연설이 취소된 것과 같은 후 주석에 대한 상대적 푸대접도 이런 배경에서 설명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후 주석이 23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직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이 방글라데시 부탄 미얀마 등 이웃 국가들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인도와 적대관계인 파키스탄과 동맹관계를 지속하는 데 불만이 크다. 후 주석이 파키스탄에 들고 가는 선물보따리가 인도보다 훨씬 풍성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후 주석이 파키스탄 방문에서 FTA 협정과 미국_인도 핵 협정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 등의 핵 협력 협정 체결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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