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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끼고사는 의대생들 '영어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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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끼고사는 의대생들 '영어공포'

입력
2006.11.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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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의 3년차인 송모(29)씨는 요즘 영어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다음달 레지던트 시험을 앞두고 10월 말 치른 토익 성적이 너무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송씨는 “1년 반 가까이 토익 교재를 붙들고 씨름했는데 800점도 안 된다”며 “900점이 넘는 친구들에 비하면 레지던트 시험에서 최소 2점은 까먹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원한 성형외과는 100점 만점에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돼 2점은 적잖이 부담스럽다.

서울대 등 주요 병원들이 레지던트 등 전공의 선발에 토익과 토플 점수를 반영하면서 의대생들이 영어 시험 공포증에 빠졌다. 영재 소리 듣고 영어 교재를 끼고 사는 의대생들이지만 생전 처음 보는 토익, 토플에 좌절하기 일쑤다.

병원들이 영어 성적을 전형 요소로 채택한 것은 2년 전부터다. 대한병원협회가 전공의 선발과 관련, 전체 배점의 25%내에서 각 병원이 전형 요소를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하면서 병원들은 100점 만점에 5점 안팎의 영어성적을 반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이정렬 교육연구부장은 “해외 학회와 의료시장 개방 등 국제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 중요하다”며 “다만 영어가 너무 부담이 되지 않게 배점(5점)을 그리 높게 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울고 싶다”는 반응이다. 영어 시험 채택 첫 해인 2004년 전공의 시험을 치른 고대 안암병원 레지던트 김모(33)씨는 “병원에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인턴들은 토익은커녕 전공 공부하기에도 너무 벅찬 실정”이라고 전했다.

토익 토플 시험이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생색내기라는 비판도 있다. 공중보건의 2년차인 이모(30)씨는 “토익 토플 시험이 영어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지표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토익 토플 점수를 계속 반영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차라리 영어로 토론과 세미나를 진행하게 하는 등 교과 과정에서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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