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내 불법 시설에서 사육 중이던 동물들이 구청의 시설물 철거로 얼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는 9월 사립동물원인 주주(ZOOZOO) 테마동물원에서 사육 중이던 200여종 1,400여 마리의 동물 가운데 포유류 조류 설치류 등 열대성 동물 180여마리가 사는 우리를 철거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연말 구세군과 함께 모금활동을 해 유명해진 오랑우탄 ‘우탄이(13ㆍ수컷)’와 ‘오랑이(5ㆍ암컷)’ 등 멸종위기종 영장류 26마리가 살고 있었다. 이 동물들은 현재 난방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60평 규모의 검역장에서 다닥다닥 붙어 앉아 담요를 뒤집어 쓰고 추위와 싸우고 있다.
특히 20일에는 태어난 지 3개월밖에 안된 동남아산 수달과 열대 동물인 악어가 얼어 죽었다. 다른 동물들도 극심한 추위와 스트레스로 서로를 물어 뜯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
주주 테마동물원은 2002년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곡릉천과 원당천이 만나는 개발제한구역 내에 생태학습을 위한 동물 전문 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동물원은 관람객 증가와 동물들의 자연 증식으로 사육ㆍ관람시설이 부족해지자 나무와 비닐하우스 등으로 간이사육장 60여개와 간이전시장, 비 가림 시설 등을 설치해 사용해 왔다.
동물원은 이 시설물이 불법이라는 구의 통보를 받고 지난해 1월 합법적 증축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을 제출했지만 경기도가 반려했다. 동물원은 올 3월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로부터 받은 환경성 적합의견을 첨부해 계획안을 다시 제출, 현재 도와 건설교통부가 심의 중이다. 동물원 대표는 개발제한구역 훼손혐의로 고양지청에 불구속 기소된 상태.
동물원 김종태 경영전략팀장은 “합법화 절차가 진행 중인데 구가 개발제한구역 불법시설물 일제단속 기간에 철거를 강행했다”며 “추위가 더 심해지기 전에 난방시설을 마련해야 하는데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는 “관리계획이 승인되기 전에는 관련법에 따라 불법 시설물을 단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올 겨울 동물들의 대량 동사가 우려된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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