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있던 조선 화가 겸재(謙齋) 정선(鄭敾ㆍ1676~1759)의 명화들이 한국에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선지훈(46) 신부는 22일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에 있던 겸재 화첩을 지난해 10월 22일 영구임대 방식으로 인수했다”며 “오틸리엔 수도원의 한국 진출 100년이 되는 2009년 그림을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첩은 금강산 구룡폭포를 그린 <구룡폭> (九龍瀑), 이성계가 거주했던 함경도 함흥 궁궐의 소나무를 그린 <함흥본궁송> (咸興本宮松) 등 모두 21점으로 만들어졌다. 이 그림들은 1925년 노르베르트 베버 당시 오틸리엔 수도원장이 금강산 여행 길에 구입한 것이다. 함흥본궁송> 구룡폭>
유준영(71) 전 이화여대 교수는 1974년 독일 유학 중 현지에서 화첩을 보고 77년 이를 국내 학계에 보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반입 직후 화첩을 살펴본 안휘준 서울대 교수는 “진경산수화, 논어 맹자 등의 교훈을 담은 작품 등 성격이 다른 그림이 한 화첩에 모여 있어 가치가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고 선 신부는 전했다.
왜관수도원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 자체 선교박물관을 건립해 그림을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선 신부는 “소유권은 독일 수도원이 갖지만 영구임대를 했기 때문에 독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난 세기 서구 열강이 타민족의 문화재를 강탈한 뒤 이를 반환하는 데 매우 인색한 것과 비교할 때, 오틸리엔 수도원이 겸재 화첩을 돌려준 것은 문화재 반환의 매우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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