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생활 30년을 마감하고 변호사 개업을 하고 보니 하도 바빠서 종교적 심성이 많이 떨어졌다 싶던 차에 박광서 전 대표의 권유로 참여불교재가연대의 대표를 맡게 됐습니다. 재야로 나오면 수행이나 열심히 하고 뒤로 물러나 살아야 하는 건데…. 두렵기도 하지만, 남은 인생 잘 회향하라고 기회를 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재가불자들의 시민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의 새 상임대표로 선임된 김동건(60ㆍ법무법인 바른 대표)씨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이 단체에 쏠린 기대를 의식한 듯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조계종 폭력사태 이듬해인 1999년 불교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출범, 출가자 중심이던 종단에 재가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조계종 중앙종회 선거의 타락상을 비판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등 청정불교 운동을 주도하며 불교계의 ‘왕소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2월 서울고등법원장을 끝으로 법원을 떠났다. 사시 11회로, 제주ㆍ수원ㆍ서울지법원장과 사법연수원장 등을 역임하며 탄탄대로를 걸은 그가 재야 불교 NGO의 장을 맡게 된 데는 불교와의 오랜 인연이 작용했다.
“서울대 법대에 다닐 때 교내 법불회가 초청한 탄허 스님의 법문을 듣고 불교에 빠져들었죠. 그 뒤 탄허 스님이 열반하실 때까지 틈나는 대로 찾아뵈었습니다. 그때 함께 법문을 들었던 이들이 스님 열반 이후 탄허불교문화재단을 만들어서 지금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고, 서초동 법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법조인 불자 모임을 5, 6년간 이끌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를 포함한 재가연대 제4기 집행부는 ‘세상 속으로 더 넓게, 생활인들의 삶 속으로 더 깊이’를 활동 목표로 정했다. 김 대표는 새 집행부가 추진할 핵심 사업으로 ‘2010, 1만 가족 공동체 운동’을 꼽았다. 재가불자들이 이웃을 위해 매일 ‘5분 명상, 100원 회향’을 하자는 운동으로, 2010년까지 1만 가족 공동체가 여기에 참여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재가불자와 생활인 중심의 대중운동을 시작할 때라는 판단에서다. 재가연대가 우리 사회를 선도하는 혁신조직의 역할을 하고 저출산, 고령화라는 사회문제의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대표는 “재가연대와 비슷한 불교 NGO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재가연대가 벤치마킹을 할 만한 역할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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