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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출총제 개편 싱거운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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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출총제 개편 싱거운 결말

입력
2006.11.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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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라고 진단해 놓고, 왜 고혈압 약을 처방 하는 걸까.

지난 15일 확정된 정부의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안은 그 논의 과정을 쭉 지켜본 기자에게 참으로 어이없는 결론이었다. 출총제 적용 대상 기업을 343개에서 24개로 축소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아니다. 수개월 간 진행된 논의 과정과 갑작스레 튀어나온 결론 사이에 논리적 연관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3월 취임 후 "출총제는 기업투자는 저해하면서 순환출자는 막지 못하는 무식한 제도"라고 혹평한 바 있다. 다른 기업에 대한 출자액이 총 자산의 25%를 넘지 못하게 함으로써 기업투자는 위축시키고, 거꾸로 25% 이내의 순환출자는 허용해 재벌 그룹의 지배구조를 왜곡을 막지 못하는 잘못된 제도라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 등 그 동안 나온 많은 연구 자료들도 비슷한 취지를 담고 있었다. 재벌그룹이 A사→B사→C사→A사로 이어지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로 가공(架空)의 자산을 만들어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 의결권을 장악하고 있는 폐해에 대해서도 통계적으로 꾸준히 뒷받침돼 왔다. 때문에 기존의 순환출자 해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는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런데 막상 최종 결론은 그 간의 문제의식이나, 보고서, 통계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었다. 순환출자 금지는 없던 일로 하고 출총제를 축소ㆍ적용한다는 결론이 어떤 논의과정을 거쳐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권 위원장은 관계부처 장관 협의에서 "공정위가 현실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말에 물러섰다고 한다. 이처럼 싱겁게 물러날 거였다면 애초 그처럼 요란을 떨 이유도 없었다. 결과가 이런 데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태연한 권 위원장의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이진희 경제부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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