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배(58) 해태그룹 전 회장이 그룹 회장 시절 위장 계열사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회장이 이번에 횡령 혐의로 사법처리되면 2000년 비자금 19억원 횡령, 2003년 1,500억원 분식회계 및 2,300억원 사기대출 사건에 이어 3번째다. 이 모두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부실기업의 옛 사주(社主) 시절 이뤄진 일이어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박성재)는 지난달 박 전 회장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1997년 그룹 부도 직전까지 수년에 걸쳐 운송업체 등 위장 계열사를 통해 위장 거래 수법으로 수십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회장 개인비리에 가깝다”며 “비자금 장부 등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끝내는 대로 박 전 회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해태그룹은 부도 직전까지 해태제과를 모기업으로 총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24위의 중견그룹이었다. 박 전 회장은 선친인 박병규 회장이 타계하자 81년부터 그룹을 이끌었으며, 비식품사업 쪽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가 자금난으로 결국 부도를 냈다.
이후 해태제과 해태음료 등 주력사는 화의절차를, 나머지 계열사 몇 곳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았으며, 이 과정에서 이 회사들에 돈을 빌려줬던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됐었다.
박 전 회장은 그룹 부도 직후인 97년 12월 경기 광주군에 있는 회사 연수원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9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2000년 구속 기소됐다 풀려났다. 그러나 2003년 그룹 회장 시절 1,500억원 상당의 분식회계로 금융기관에서 2,300억원을 사기대출 받은 사실이 드러나 또다시 사법처리됐으며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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