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의한 인구감소, 학생감소의 시대를 살아가는 일본 사립 대학들이 생존을 위한 재편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의 명문 사학인 게이오(慶應)대학은 20일 사립 교리쓰(共立)약학대와 합병을 전제로 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게이오대는 2008년 4월까지 대학 내에 약학부와 약학연구과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학은 내년 3월 정식으로 합병 협정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학생수 급감으로 파산하는 대학이 속출하는 가운데 나온 이 같은 움직임은 본격적인 사학 재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립대학 간의 합병 논의는 이미 간사이(關西) 지방의 전통 명문인 간사이가쿠인(關西學院)대학과 세이와(聖和)대학 간에서도 이뤄지고 있지만, 이날 게이오대의 발표를 계기로 사학 재편의 움직임은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합병논의는 교리쓰약학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약제사 국가시험에서 높은 합격률을 자랑하는 등 명문 단과대학으로 꼽히고 있는 이 대학은 재정도 건전한 상태이지만, 학생 감소 등 경영과 직결되는 장래 상황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의학부와 간호의료학부는 있지만 약학부가 없었던 게이오대는 ‘윈-윈’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합병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도쿄(東京)대가 적극적으로 학생 유치에 나섰고, 라이벌인 와세다(早稻田)대가 대대적인 학부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합병을 단행케 한 주요 배경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향후 유력 종합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사립대학 간 합병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사립 대학들은 엄청난 위기 의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실시한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조사에서 사립대 총장들이 ‘553개의 4년제 사립대학 중 41개가 향후 5년 내에 파산할 것’이라고 답변한 것은 단적인 예이다.
위기의 본질은 학생수 감소이다. 저출산 때문에 1992년 506만명(1992년)에 이르던 대입 수험생이 올해 361만명으로 급감했다. 올해 정원 미달 사립대는 전체의 40%에 이르는데, 지방과 신생 사립대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6월 야마구치(山口)현 하기(萩)시의 하기국제대가 경영난으로 파산했고, 올 8월에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 중지를 발표한 대학이 나오는 등 경영이 파탄을 맞은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대학 정원과 수험생 수가 같아지는 ‘전원 입학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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