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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의 행복경영/ <상> 이윤보다 행복의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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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의 행복경영/ <상> 이윤보다 행복의 극대화

입력
2006.11.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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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행복 날개'를 달고 비상(飛上)을 거듭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2004년 '뉴 SK'과 함께 '행복 경영'을 선언한 이래, 그룹의 양대 축인 SK㈜와 SK텔레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 돌파가 확실시된다.

40대의 젊은 총수 최 회장은 왜 '행복경영'을 얘기했을까. 본지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창조경영', 구본무 LG 회장의 '고객경영'에 이어 재계총수의 경영화두 심층분석 시리즈 제3탄으로 최태원 SK회장의 '행복경영론'을 집중 해부해 본다.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일을 합니다. 돈을 버는 것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행복을 많이 만들어 내고 많이 나눠 줍시다."

지난 3월 인천시 원창동 인천정유 공장 운동장. 법정관리 4년 만에 SK인천정유로 새롭게 태어난 이 회사 임직원들은 최태원 회장의 축사가 끝나자 눈시울을 붉혔다.

한 근로자는 "그 동안 겪었던 마음고생 때문에 '행복'이라는 평범한 두 글자가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SK인천정유는 올들어 노사화합 속에 흑자를 바라보며 빠른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SK㈜ 서울본사 직매2팀의 정진우(28)씨는 직함이 두 개다. 직장 2년차 평사원 겸 자원봉사 코디네이터. 바쁜 근무시간 중에도 봉사 요청이 있다면 동료나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사회공헌활동에 시간을 할애하도록, 회사에서 '봉사 코디네이터' 직함을 내준 것이다. 정씨는 "일하면서 시간을 쪼개 원하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행복'을 경영 키워드로 처음 내세운 것은 2004년 4월. 그는 그룹 창사 51주년 기념식에서 "그룹의 경영이념은 이제 이윤 극대화가 아닌 종업원 고객 주주 이해 관계자 등 사회 전체의 행복 극대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원칙은 선대 회장(고 최종현 회장)이 만든 경영 바이블인 SKMS(경영관리체계)에 새롭게 반영되면서 임직원들의 행동규범이자 업무지침이 됐다. 그룹의 한 임원은 최 회장의 행복경영론에 대해 "SK글로벌 사태 이후 개인적 시련을 겪으면서 인생과 기업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통해 나온 결과물인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SK그룹은 이 때부터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SK자원봉사단'이 출범했고, 작년 5월엔 향후 3년간 모두 500억원을 들여 4,23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사회공헌 로드맵'도 발표됐다. 올해초부터는 그룹 로고까지 아예 '행복 날개'로 교체됐다.

주목할 점은 행복을 얘기하면서부터 실적도 함께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SK그룹은 지난해 매출 6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기록을 경신한데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전 계열사의 흑자달성 위업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기업문화실의 권오용 전무는 "행복경영 하나만으로 좋은 실적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임직원들 사이에 신바람이 일고 그룹의 대외이미지가 좋아지면서 성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중견 간부는 "고객을 이윤추구 대상으로 보는 것과 행복추구 동반자로 다가가는 것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며 "행복경영의 가장 큰 미덕은 구성원들에게 자신감을 안겨 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최 회장의 행복경영은 아직 완성된 경영 패러다임은 아니다. 선언적 구호 차원을 넘어 실질적 가치로 이어지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룹 임직원 뿐 아니라 고객들까지 정말로 '행복'을 느끼고 있는지, 스스로 냉정히 검증해볼 필요도 있다.

하지만 분명 변화하고 있고, 그 출발은 기대 이상이다. SK는 행복경영의 외연을 해외까지 확대, '글로벌 SK'의 인프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재계 관계자는 "누구나 원하는 행복이라는 일상언어를 경영과 접목시킨 점은 참신한 발상"이라며 "새로운 기업 성장 모델로 자리매김하려면 SK만의 독특한 색깔로 더욱 내용을 채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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