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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FF] 멜로의 계절, 불치병 없인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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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FF] 멜로의 계절, 불치병 없인 안되겠니?

입력
2006.11.2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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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방송된 MBC <환상의 커플> 의 한 장면. 애절한 음악을 배경으로 공 실장(김광규)의 품에 안긴 덕구 엄마(이미영)가 울부짖는다. “우리 소가 불치병에 걸렸대. 불쌍해서 어떡해.” 지나가던 소도 웃을, 홍미란ㆍ홍정은 자매 작가 특유의 패러디 쇼가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포복절도의 뒤끝에 씁쓸함이 배어난다.

옆구리를 파고드는 찬 바람과 함께 멜로 드라마의 계절이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하나같이 불치병을 대동했다. 13일 첫 방송한 KBS2 <눈의 여왕> 의 여주인공 보라(성유리)는 근무력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15일부터 전파를 탄 MBC <90일, 사랑할 시간>에서 현지석(강지환)은 췌장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첫사랑 고미연(김하늘)과 남은 삶을 누리기 위해 가족까지 버릴 작정이다. 20일 선보인 SBS <눈꽃> 역시 췌장암에 걸린 이혼녀 강애(김희애)가 아버지를 그리워 하는 딸 다미(고아라)와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불치병이 출생의 비밀 등과 함께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된지는 오래다. “또야?”라는 반응에 제작진이 “꼭 필요한 설정”이라며 장황한 설명을 다는 것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사람(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에 삶의 간난신고가 빠질 수 없고 불치병도 얼마든지 소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애절하고 절박한 사랑에는 왜 꼭 불치병이 끼어야 할까. 작가의 상상력 빈곤, 연출자의 안이한 태도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국내 드라마에서 불치병은 그저 설정으로만 소비될 뿐이다. ‘척수소뇌변성증’을 앓는 소녀의 투병을 감동적으로 그린 일본 후지TV <1리터의 눈물>같은 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제작진이 못 들어본 희귀 질병을 찾아내는데 들이는 노력의 10분의 1이라도, 그 병을 앓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주문일까.

막 시작한 세 드라마의 완성도까지 앞질러 폄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불치병 없이도 애절한 사랑, 환자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드라마를 보여줄순 없을까.

김회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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