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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과 재인식을 넘어… '근대를 다시 읽는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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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과 재인식을 넘어… '근대를 다시 읽는다' 출간

입력
2006.11.2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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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전후사의 인식> (이하 <인식> )을 겨냥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이하 <재인식> )이 지난 2월 출간된 뒤, 진보학계는 학문적 분노와 함께 참담함을 곱씹어야 했다. 일각에서는 <재인식> 이 우리 인문학의 퇴행이라며 흥분했고, 낡은 <인식> 을 17년 동안이나 방치함으로써 퇴행을 방조했다며 반성했다. 20일 출간된 <근대를 다시 읽는다1ㆍ2> (이하 <근대> , 역사비평사ㆍ사진)는, 그런 <인식> 의 낡음과 <재인식> 의 퇴행에 대한 소장 진보학자들의 응답이자, 1990년대 말 이후 근대 인식의 새로운 결산이다.

<근대> 는 윤해동(성균관대) 천정환(성균관대) 허 수(동덕여대) 황병주(국사편찬위원회) 이용기(역사문제연구소) 윤대석(인하대)씨가 편집을 맡아, 40대 학자 28명의 근년 논문(2편은 새 논문)들을 모은 책이다. 책은 한국의 식민경험과 국민형성 관련 논문을 모은 1권과 문화연구 담론비판, 하위주체 연구 등 방법론적 문제의식을 부각한 2권으로 구성됐다.

<근대> 는 <인식> 의 민중ㆍ민족주의와 <재인식> 의 국가주의, <인식> 의 식민지 수탈론과 <재인식> 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식민지근대’라는 개념을 통해 돌파하고자 한다. “식민지는 근대 세계체제의 가장 중요한 축”인 만큼, 근대란 ‘식민지’를 배제한 채 홀로 설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근대> 는 “사회진화론이나 문명론의 발전단계론에 따라 식민지를 서구 근대의 하위 단계”로 규정하지도, 협소한 민중ㆍ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우리의 근대를 특수성 속에 가두지도 않는다. 책임편집을 맡은 윤해동 교수는 ‘근대 미화론’의 관점에서 수탈론과 근대화론을 비판했다.

그는 “근대는 좋은 것이기에 식민지에 근대는 없다는 식의 수탈론이나, 다이내믹한 경제지표만으로 식민지를 설명하려는 근대화론 모두 근대를 미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근대가 해방의 측면과 억압의 측면을 동시에 지닌 것처럼, 식민지 역시 수탈과 억압, 문명화와 개발의 이중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해방 이후의 국가(국민) 만들기 과정에 대해서도 <인식> 이 지녔던 민주-반민주, 민족-반민족의 이분법적 시각이나 이승만 정부의 시장ㆍ민주주의의 건실한 국가 건설이라는 <재인식> 의 국가주의적ㆍ선악론적 시각을 넘어 근대화의 다양한 모습들을 ‘하위주체’(subaltern) 연구 방법으로 고찰한다.

국민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배제된 하위주체를 <인식> 과 <재인식> 의 실증적 방법이 아니라, 기억과 체험을 통해 근대의 풍경으로 흡수하는 등 탈근대 역사학적 방법론을 모색하기도 한다. 윤 교수는 “이번 책이 학계의 성과를 충실히 모았다고 말하기 힘들고, 누락된 연구 성과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여전히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지배하고 있는 근대 연구가 건설적인 지평에서 활발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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