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의 대가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씨가 19일 오후 8시 별세했다. 향년 85세.
1921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38년 전조선 남녀학생 작품전에서 동양화, 서양화, 조각, 서예, 공예 5개 부문을 통틀어 최고상을 차지해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고, 소전 손재형(1903~1981)과 함께 해방 후 한국 서예계를 이끌었다. 친동생인 여초 김응현, 백아 김창현도 서예의 대가들이다.
한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한문과 붓글씨를 익힌 고인은 한글과 한문 서예에 모두 능통해 일가를 이루었다. 반듯한 해서를 바탕으로 발전시킨, '일중체'로 불리는 그의 독특한 서체는 단아한 아름다움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경복궁 건춘문 현판, 남산 소월시비, 탑골공원의 3ㆍ1 정신 찬양비문, 한산도의 충무공 제승당 비명 등 전국 곳곳의 현판과 비문, 삼성그룹 옛 로고인 한자 '三星', 아모레퍼시픽의 상표 '설록차' 글씨 등이 그의 작품이다.
그는 한글을 특히 사랑한 서예가다. 1942년 21세의 나이로 훈민정음 고판본 서체에 한문 서예의 예서 느낌을 더한 한글고체를 창안하고, <우리 글씨 쓰는 법> 이라는 궁체 교본을 준비해 해방 직후 출간했다. 학생 서예 교본으로 1955년 집필한 <우리말 중등글씨체> 는 중고등학교의 기본 교재로 널리 쓰였다. 우리말> 우리>
1958년 동방연서회를 만들어 많은 제자를 길러내고, 1970년대 한국서예가협회 이사장을 맡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다 1990년대 후반 파킨슨병으로 작업을 중단하고 투병해왔다. 서예 발전에 이바지한 공으로 보관ㆍ은관 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송용순(85)씨와 아들 김재년(코리아에어텍 사장), 딸 김단희(서예가) 김봉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23일 오전 9시. (02)2072-2091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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