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수임한 사건을 놓고 좀처럼 잡음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대법원장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두 가지. 지난해 외환은행이 극동도시가스 등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을 이 대법원장이 맡으면서 지나치게 많은 성공보수를 약속 받았다는 것과 이것이 최근 론스타 사건의 잇단 영장 기각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우선 성공보수는 애초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었으며 실제 이 대법원장이 성공보수로 받은 돈은 0원이라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외환은행을 통해 입수한 지난해 4월15일자 수임계약서 사본을 공개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외환은행이 청구한 327억원 중 65% 이상을 받을 경우 이 대법원장이 성공보수를 받기로 했다. 90% 이상 승소할 경우 최대 15억여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대법원장은 4개월 뒤 변호인을 사임해 성공보수와는 무관하다. 변호를 계속 맡았더라도 성공보수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1심 재판부는 17일 “극동도시가스 등은 외환은행에게 171억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327억원의 52.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대법원장의 사건 수임이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의 영장 기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사법부 시스템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의혹의 핵심은 당시 이 대법원장에게 외환은행 사건을 소개한 사람이 하종선 변호사(현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와 유씨라는 점이다. 대법원은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하씨의 구속영장도 기각됐어야 한다”며 “영장전담 판사의 결정에는 대법원도 관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검찰은 불똥이 대법원장에게 튄 데 대해 당황하는 눈치다. 의혹의 진원지로 검찰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간부회의에서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며 검사들에게 불필요한 언동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 역시 “법원과 검찰이 갈등을 빚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기본적으로 검찰은 법원을 존중한다”고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법원은 내심 불쾌하면서도 “더 이상의 확전은 득이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법원장의 수임 문제는 법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도 했다.
법원은 그러나 유씨의 영장 기각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준항고 사건의 결정을 22일로 예고하고 있어 법원 검찰 간 갈등은 여전히 불씨를 머금고 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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