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로 외환은행 재매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배당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은행과의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한 론스타가 단독으로 배당 결정을 하기는 힘들어 국민은행을 압박하는 협상용 카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은 17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환경에서 국민은행과 매각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사회의 의견에 따라 외환은행의 자본 상태가 배당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해 배당 실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배당 가능 규모에 대해서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언급을 피했으나 "배당을 실시한다고 해서 외환은행 매각가격을 당초 5조9,500억원에서 낮출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검찰 수사 등으로 반년 이상 표류하면서 인수대금을 받지 못한 론스타측은 그동안 금융비융 부담과 기회비용 등을 이유로 매각가격 인상 또는 배당 등을 통한 보상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매각대금 지급 지연의 책임이 론스타에게 있기 때문에 보상은 불가하다"며 맞서왔다. 론스타의 이날 발언은 외환은행의 연내 매각이 어려워진 만큼 이제는 국민은행과의 협상과 무관하게 배당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외환은행이 올해 이익까지 합칠 경우 배당할 수 있는 금액은 약1조 9,000억원~2조원 정도 수준으로 추정돼 전액 배당할 경우 론스타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지분율(64.62%)에 해당하는 1조2,000~1조3,000억원 정도에 달한다.
하지만 론스타가 국민은행과의 협상을 파기할 의도가 아니라면 실제 고액 배당을 실시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새 주인에게 가격까지 매겨 팔기로 계약한 물건에 마음대로 흠집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론스타가 단독으로 배당을 실시하려면 계약 파기를 선언하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소액 배당을 통해 매각대금 지급지연에 대한 보상을 받는 형태로 양측의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론스타가 단독으로 고액 배당을 실시하게 된다면 국민은행과 맺은 계약은 파기되고 외환은행 재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게 된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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