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전국연합의 김진홍 상임의장은 9월 "내년 3,4월 한나라당 등과 연대하겠다"고 했지만, 연대는 이미 성사됐다. 그가 얼마 전 한나라당 대선주자 빅3와의 개인적 인연까지 소개하며 누가 후보가 돼도 지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한나라당에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 난 정치 예비군들에겐 이 보다 좋은 정거장이 없다. 안 그래도 한나라당에 재보선 공천신청을 내는 등 정치 때가 묻은 사람이 적지 않아 순수성을 의심 받던 터였다. 김 의장은 친절하게도 "우리는 더 이상 시민운동단체가 아니다"고 못박아준 셈이다.
당연히 여당은 반색했다. 한 기획통 의원은 "뉴라이트가 한나라당 2중대, 군사독재 시절 어용 학생기구인 학도호국단을 자처했다"며 "우리가 아주 편해졌다"고 말했다.
9일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1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은 축사를 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한 몸임을 확인하며 서로들 기분은 좋았겠지만, "한나라당과 선을 긋고 생활정치 운동으로 힘을 키우겠다"(이석연 상임대표)는 다짐은 비웃음거리가 됐다.
건전한 우파의 울타리를 넓히겠다는 뉴라이트 세력에게 한나라당은 블랙 홀이다. 현실 정치는 그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유석춘 연세대 교수가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본부장에 임명된 게 두 달 전이지만, 그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려진 게 없다.
6ㆍ10 민주화 항쟁의 주역인 인명진 목사도 지난달 윤리위원장으로 영입됐으나, 당내 기득권과 관행의 벽에 막혔다. '광주 해방구'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용갑 의원과 피감 기관에서 평일 골프를 친 김학송, 공성진, 송영선 의원에 대한 징계문제가 인 목사의 취임 후에도 여전히 헛바퀴를 돌고 있다. 윤리위 동료 의원들의 끼리끼리 온정론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오죽하면 인 목사가 윤리위원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한다고 했을까.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한나라당에게 뉴라이트는 분명 우군이다. 하지만 엄연히 영역이 다르기에 섣불리 손 대면 때를 타 값이 떨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야당 시절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재야세력을 받아들여 도약을 꾀했지만, 꼭 '세력 대 세력'의 통합 모양새를 취했다. 재야 인사들의 지분을 인정하고 당 개혁 요구도 수용했다. 그래서 일정한 당 면모일신의 효과를 거뒀다. 지금 한나라당엔 그런 원칙도, 리더십도 없다. 그저 데려오면 장식(裝飾)이 되니까 집적거리고 있을 뿐이다.
한나라당이나, 뉴라이트나 입만 열면 방심하지 말자고 하면서 몸은 기분 대로 움직인다. 환경이 안락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 차기 대선주자들의 지지도를 합치면 60%가 넘고, 재보선은 할 때마다 이긴다. 뉴라이트 역시 진보의 실패로 치환되는 정권의 실정 덕분에 급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잘 나가는데 굳이 엄격하게 따지고 잴 필요가 없다. 양측 관계도 그래서 아주 비(非) 전략적이다.
주먹구구 한나라당에 어리버리 뉴라이트. 더 고생을 해야 정신을 차리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철없는 우파다.
유성식 정치부장 직대 ssy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