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일본 토요타의 '친디아(Chindia;중국+인도)' 공세를 현지화 전략으로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지난해까지만해도 친디아 시장에서 토요타를 멀찌감치 따돌렸으나, 올들어 환율하락으로 주춤하는 사이 토요타의 파상공세가 이어졌고 지금은 시장격차가 급격히 좁혀진 상태다.
토요타의 현대차 따라하기
지난 18일 개막된 베이징 모터쇼에서 가장 인기를 끈 차종은 토요타의 중형 세단 캠리. 캠리를 타보려는 관람객들로 토요타 전시장은 다른 곳보다 2배 이상 북적였다.
토요타 중국법인의 리 데무 마케팅담당 매니저는 "과거에는 구식 차종을 내놓아 인기가 없었지만 올해 들어 최신형 캠리를 미국시장과 동시에, 그것도 10% 싸게 내놓기 시작한 뒤로는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의 반일감정도 값싸고 성능 좋은 최신형 자동차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토요타의 전략은 사실 현대차가 이미 구사했던 방법. 4년전 현대차가 중국에 첫 진출했던 당시 4년전 폭스바겐, 토요타, GM 등 세계적 메이커들은 한물간 구형 모델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현대차만은 최신 기종인 쏘나타, 아반떼를 투입함으로써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베이징현대 엄광흠 상무는 "토요타가 현대차 성공비결을 철저히 분석해 캠리와 코롤라, 레이츠(일본명 마크X) 등 최신 차종을 중국에 쏟아내고 있다"며 "사실상 현대차 성공전략을 토요타가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엔화약세에 따른 반사이익에, '현대차 따라 배우기'까지 성공함으로써 10월까지 토요타 판매량(18만5,000대)은 지난해(8만8,500대)보다 배 이상 늘었다. 점유율도 4%에서 6.1%로 급팽창했다. 아직은 현대차(21만964대, 점유율 7%)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격차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토요타는 인도에서도 판매량에서는 크게 뒤져있지만, 최근 실시된 소비자만족도 조사에서는 현대차(5위)를 제치고 4위에 오르는 등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현대차의 새 전략
토요타의 '추종'전략에 맞선 현대차의 승부수는 '현지화'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해치백 스타일의 아반떼XD(중국명 엘란트라)를 공개한데 이어, 내년에는 '중국식 아반떼'를 내놓을 방침이다. 리모델링 계획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중국식 아반떼는 전면 그릴을 화려한 크롬도금으로 장식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또 2009년에는 정교한 주행성능보다는 저렴하면서도 화려한 외관과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중국시장의 특성에 맞춰, 외형은 아반떼급이지만 가격은 700만원대인 중국 현지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 중국판매법인 구영기 대표는 "최신 모델을 미국과 동시에 판매한다는 전략에 맞춰 베라크루즈를 중국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며 "투싼과 베라크루즈의 라인업이 형성되면 중국 SUV 시장 전체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도 현지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600만원대 차량으로 인도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토요타의 선전포고에 맞서, 현대차도 야심차게 PA(프로젝트명)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차는 인도와 유럽을 겨냥한 전략차량으로 국내에는 판매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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