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형, 누나! 논술 어렵지 않아요. 마지막까지 힘내세요.”
전남 목포 북교초등학교 4학년 전대원(10) 군은 어린이 ‘글짓기왕’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등이 주관한 각종 글짓기대회에서 4년 동안 400차례 가까이 입상하고, 이 덕분에 역대 최연소 목포시민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전 군이 살고 있는 목포시 북교동 작은 집은 상장ㆍ상패로 빼곡이 차있다. 교내ㆍ외 각종 어린이문학상 등 글쓰기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어김없이 받아온 것이다.
전 군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글쓰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학년때인 2003년 문화관광부가 후원한 전국청소년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상경(常耕)어린이문학상, 전남 함평에서 열린 환경 글짓기대회 금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지금까지 장관상 등 381차례나 글쓰기(운문과 산문)상을 휩쓸었다. 그동안 받은 상금만 1,000여만원에 이른다.
이미 충주대 국원문학상을 수상, 이 대학에 진학할 경우 4년 전액 장학금 혜택도 받게 된다. ‘글쓰기 왕’이라는 별명이 붙고 유명인사가 되면서 지난 10월에는 목포시민상 후보에도 올랐다. 비록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초등학생이 시민상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전 군의 글쓰기 소질이 처음으로 보인 것은 5세 때부터. 도시에서 살다 귀농한 아버지(42)의 고향 전남 영암군 시종면으로 온 전 군은 책과 신문 읽기에 빠졌다. 마땅한 놀이시설도 없고, 주변에 같이 놀만한 친구들도 많지 않은 전 군에게 글쓰기는 유일한 놀이이자 취미였다.
6세 때부터 친구와 놀던 이야기, 집안 일 도운 경험 등 생각나는 것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쓴 일기만 100쪽짜리 노트로 17권이나 된다. 추리, 역사책을 좋아하는데 그동안 읽은 책이 1,200여권에 달하고, 요즘도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는 책을 읽는다.
어머니 박영아(32) 씨는 “책을 읽거나 생활 속에서 떠오른 아이디어와 글 소재를 메모해두었다가 한달에 8~10차례 글짓기대회에 응모한다”며 “이젠 글 쓰는 게 일상생활처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대원이가 화장실 갈 때는 물론이고 밥 먹을 때도 책을 끼고 있어 ‘제발 책 좀 그만 읽어라’는 말을 달고 산다”며 “형편도 넉넉하지 못해 유치원은커녕 과외 한 번 못 시켰는데 잘 자라줘 대견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읽은 책 중 이문열씨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기억에 남는다는 전군은 “이 책에서 정의가 이긴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전군은 “책을 좋아하고 시를 쓰는 부드러운 검찰총장이 돼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장래 포부를 말하기도 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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