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회사에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이 매년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부가 수년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까지 완화하는 만큼 이번에는 기업들이 넘쳐나는 자금여력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한국상장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시장 상장 535개 법인을 대상으로 현금성 자산 보유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상장사들이 보유한 현금, 단기채권, 단기금융상품 등 현금성 자산은 52조6,589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조8,529억원(3.6%) 증가했다.
1사당 평균 984억원이다. 현금성 자산은 2003년 말 40조3,300억원에서 매년 늘어 2년9개월 만에 12조3,289억원(30.6%)이 불어났다.
이 중 5대 그룹(44개사)의 현금성 자산이 20조5,027억원으로 전체의 38.9%를 차지했다. 5대 그룹 1사당 평균 4,66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비(非)5대그룹의 7.1배에 달한다.
삼성그룹이 7조8,96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 5조9,533억원, 롯데 3조4,568억원, SK 1조6,554억원, LG 1조5,412억원 순이었다. 다만 작년 말과 비교해서는 5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3.3% 줄었다.
개별기업 별로는 상위 10개사의 현금성 자산 보유액이 19조2,710억원으로 전체의 36.6%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3조7,62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 3조3,717억원, 롯데쇼핑 2조3,019억원 순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2004년 실적호전에 따라 현금유입이 대폭 증가했으나 출총제 등 정부규제와 외국인 주주 등을 핑계로 줄곧 설비투자보다는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는 바람에 한국경제의 성장동력도 약화됐다"며 "이제는 상장기업들도 적극적인 투자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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