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1만원짜리 고등학교 참고서의 실제 가격은 얼마일까. 답은 8,000원이다. 2,000원(20%)은 교사 몫이다. 학생이 비싼 값에 교재를 살 때마다 교사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셈이다.
이른바 교재 채택 뒷돈 명목이다. 1998년 경남지역 교사 500여명이 같은 혐의로 형사처분과 징계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경찰조사 결과 출판업자와 교사의 검은 뇌물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일 뇌물을 받은(뇌물수수 또는 배임수재) 서울 I고 영어교사 권모(47)씨 등 교사 30명과 뇌물을 건넨(뇌물공여) 도서총판 대표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교과서와 참고서에 얽힌 검은 고리는 추악했다. 2001년 말 I고 영어교사는 각각 K출판사와 G출판사를 지지하는 두 패로 갈려 다퉜다. 투표 끝에 K출판사 교과서가 승리했고 교사 8명은 도서총판 측이 건넨 640만원(판매금액의 20%)의 뇌물을 나눠 가졌다. 그러나 G출판사를 밀었던 교사에게 돌아가는 분배금이 적다는 이유로 교사들 사이에 앙금이 남았다.
5월엔 서울의 S사립고 엄모 교사가 부교재(참고서) 채택대가로 564만원을 받았고, 서울 S여고 송모 교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부교재를 선정하고 총판업자로부터 1,630만원을 받아 교사 11명과 나눠 가졌다. 경찰은 “뇌물을 준 출판사의 회계장부엔 공급액의 20%가 ‘반품비’로 적혀있었다”며 “교사에게 관행적으로 들어가는 뇌물 비율(정가의 20%)과 같다”고 밝혔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학생이다. 학생 1인당 연간 교재비가 최소 20만4,000원(경찰추산)이라고 할 때 교사 리베이트 때문에 4만800원을 추가로 내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발행중인 교과서는 초ㆍ중ㆍ고 합쳐 1,450종, 부교재는 교과서당 2~4권이라 뒷돈 규모만 52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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