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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열 흔우철강 회장 "시련의 담금질이 인생역전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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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열 흔우철강 회장 "시련의 담금질이 인생역전 원동력"

입력
2006.11.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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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도전하는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컨테이너 블록 제작사인 ㈜흔우철강의 김진열(59) 회장은 지천명(50세)의 나이에 닥친 명예 퇴직의 파고를 창업으로 꽃피운 인생역전의 주인공이다.

울산시 울주군에서 6남1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김 회장은 본래 농고 졸업 후 모생명보험사에 입사해 28년간 한 우물만 판 금융 영업관리 전문가다.

하지만 50세가 되던 1996년 국내에서 처음 명퇴 바람이 불기면서 사내에 감원 태풍이 몰아쳤고, 나이가 많았던 그는 이를 피하기 힘들었다. 결국 그는 1996년 12월31일자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친동생의 권유에 따라 함께 이듬해 1월 철강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평생 직장생활만 하던 그에게 철강사업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더구나 창업한 지 채 1년이 안돼 회사가 자리를 잡기도 전인 상태에서 외환위기가 닥친 것이다.

"당시 제 전재산은 물론이고 동생들의 집과 전세금까지 몽땅 털어 넣은 상태라 망하면 여섯 가족이 모두 길거리로 나 앉아야 할 절대절명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넘어질 순 없다'고 이를 악물고 사업에 전념했습니다. 죽으란 법은 없는 지 이듬해부터 매출이 늘어나 살아나게 됐습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시련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회사가 막 자리를 잡아가던 2003년 9월 130명이 사망하고 4조7,810억원의 재산 피해를 낸 태풍 매미가 몰아친 것이다. 흔우철강은 컨테이너 블록을 만들기 때문에 공장이 대부분 항구에 위해 있는데 부산 사하구 다대동 부두에 있던 2공장(2만5,000평)이 태풍 매미에 휩쓸려 나간 것이다.

"태풍이 지나간 후 공장에 갔는데 완성품은 물론이고 사무실 집기까지 모두 휩쓸려간 공장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 앉았습니다. 어디가 사무실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태풍에 날라갔습니다"고 김 회장은 당시를 회고했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120억원의 수해에도 불구하고 천재지변이라는 이유로 보험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원들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

"피해가 난 뒤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직원 200명이 산 위에서 내려와서는 저에게 '더 큰 어려움도 겪었는데… 더 열심히 일해 회사를 살리자'며 오히려 저를 위로하더군요. 거기서 결심했습니다. 이들에게 딸린 식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다시 일어서겠다고 말입니다. 정말 눈물겨운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김 회장은 이후 기술력만이 기업생존의 원동력이라 판단하고 이 분야의 명장들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직원이 아닌 형님이자 사업동반자로 모시겠다"며 삼고초려를 한 끝에 명장들을 설득, 결국 그 해 국내 최초로 직립형 컨테이너 화물적재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흔우철강은 이제 이 업계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흔우철강을 단순 하도급 업체에서 탈피, 명실상부한 선박제조사로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세워놓고 있다. 우선 사업 다각화에 나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선박을 건조할 계획이다. 현재 흔우철강은 불가리아로부터 300억원 상당의 바지선 2척을 수주해 놓은 상태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중동 지역에도 진출해 선박은 물론, 담수로 발전소 설비 등 플랜트 사업에도 뛰어들기 위해 현재 협의를 진행중이다. 이를 통해 올해 400억여원의 매출도 내년에는 1,000억원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 회장은 2002년 산업폐기물을 소각처리하는 회사인 ㈜젝시엔을 인수하는 등 환경분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04년에는 ㈜젝시엔 내에 자체 연구소를 설립, 산업폐기물의 재활용과 환경보호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김 회장은 "내년부터는 선박하도급에서 벗어나 선박제조 및 플랜트 전문시공업체로 회사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사업 다각화 외에도 환경 문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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