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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쏘·공 26년만에 다시 무대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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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쏘·공 26년만에 다시 무대 올린다

입력
2006.11.2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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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더께를 훌훌 털고, 난장이는 다시 공을 쏘아 올린다. 자신을 낳은 소설가 조세희(75), 초연 연출가 채윤일(60)씨가 26년만에 다시 손잡은 덕택이다. 2002년 문인 109명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하 <난쏘공> )을 한국 최고의 소설로 선정했던 당시보다 더한 생성의 열기가 지펴 올려지고 있다.

“모든 것이 얼어 붙었던 시절, 검열의 벽을 넘을 수 없었던 32세 때의 미진함을 보충하려는 시도죠. 세상이 바뀐 만큼, 이제는 상황을 객관화시켜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초연 때 연출만 했으나 이번에는 각색 작업까지 맡은 연출가 채씨. 다부진 노동자 풍의 그는 “정보화 시대를 무대에 투영시키고, 사실과 반사실에 공존하는 서사적 리얼리즘 수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만드는 극단 쎄실의 <난쏘공> 은 초연 당시의 배경이었던 초기 산업 사회가 아니라 정보화 사회의 현실을 바싹 끌어 당긴다.

1976년 12편의 작품 중 첫 단편이 문학과지성에 발표된 이후, 채씨의 연출로 첫 연극 <난쏘공> 이 상연됐다. 그러나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의 제동으로 서둘러 막을 내려야 했다. 1981년에 나온 같은 이름의 영화(감독 이원세), 지난 1월 KBS 1TV의 HD TV 문학관 등 각종 영상 매체의 <난쏘공> 들은 원작의 맛을 살리지 못했다.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던 담배도 부쩍 줄인 조씨는 지금 옥동자의 출산을 고대하는 심정이다. “군부 정권은 작가들의 언어를 빼았아 갔다. 그러나 영혼의 심장에까지 다가가는, 매우 진지한 예술 양식인 연극은 작품을 쓸 때 나를 사로잡았던 문제들을 잘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연극에는 정신을 폭격하는 무언가가 있으니까.”

“보기 드물게 짧고, 형식도 새롭고, 슬프고, 그러면서도 아름답다”는 별난 평을 받은 작품은 이제 합당한 양식으로 거듭날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연극판 <난쏘공> 은 2007년 1월 이윤택씨의 밀양연극촌에서 먼저 선보인 뒤, 3월 1~31일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김동수, 정규수 등 출연.

최근까지도 무거운 카메라(캐논 20D)를 메고 물대포를 맞으며 시위 현장을 누비던 작가는 이제 고대하던 늦둥이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채씨의 작업을 지켜 보고 있다. 한편 소설은 지난 4월 74쇄가 출판사 이성과 힘에서 발행됐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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