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과 관련한 영장기각 사태를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이 벌여온 갈등의 불똥이 이용훈 대법원장에게까지 튈 조짐이다. 이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외환은행의 변호를 맡았던 사실이 드러나고 여기에 영장 기각 사태로 검찰과 법원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시기에 법원과 검찰 간부 4명이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 대법원장이 외환은행 관련 사건을 수임하면서 이어진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와의 친분관계가 최근 연이은 구속영장 기각에 영향을 미쳤고, 그 연장선상에서 법원측이 검찰측에 유대표의 불구속 기소를 요구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하지만 법원측은 “대법원장이 개별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판사들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며 “허무맹랑한 의혹에 불과하다”고 못박고 있다.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17일 국회 법사위에서 “이 대법원장이 변호사였던 2004년 12월 외환은행을 대리해 민사사건 변호를 맡았다”며 “당시 하종선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최근 구속)가 이 대법원장을 유 대표(당시 외환은행 사외이사)에게 소개했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이 대법원장은 사건 수임을 위해 이들과 한차례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유 대표와 하 대표가 론스타 헐값매각 사건과 밀접하게 관련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유 대표에 대해 대검 중수부는 주가조작, 업무상 배임, 탈세 등의 혐의로 4차례나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번번이 법원이 기각했다. 하 대표는 15일 론스타로부터 로비 청탁과 함께 10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이 대법원장이 맡았던 사건은 지난해 6월 외환은행이 극동도시가스를 상대로 낸 약정어음금 등 청구소송으로 서울중앙지법은 17일 원고인 외환은행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대로 확정된다면 외환은행은 극동도시가스 등으로부터 267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처음에는 수임요청을 거절했으나 하 대표가 자신이 법정에 나가겠다고 해 수락했다”며 “받았던 수임료 2억2,000만원 중 1억6,500만원은 돌려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임을 위한 회동 당시 은행 관계자 등이 있었지만 이 대법원장은 유 대표가 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법원은 대법원장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발끈하고 있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대법원장을 끌어들여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영장발부나 기각은 판사 개개인의 독립된 판단”이라며 “대법원장이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론스타 영장 기각과 대법원장의 사건 수임을 연관짓는 데는 음모가 개입돼 있는 것 같다”며 “누군가가 법원을 마치 대법원장의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재판하는 기관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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