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번번이 기각하던 시점에 양측 핵심 인사들이 비공식적으로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다. 그 모임은 영장을 거듭 기각했던 법원측의 제의로 이뤄졌다.
실망스럽고 놀랍다. 사법기관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상식을 벗어난 부적절한 행동임이 분명하다.
관계된 인사가 양측에서 2명씩 만나게 된 정황이 예사롭지 않다. 법원 형사부장이 대검 중수부장에게 소위 '론스타 영장' 문제를 협의하자고 했고, 양측 책임자인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대검 수사기획관이 동석했다.
이 회동을 호형호제하는 사이에 퇴근길에 개인적으로 만난 것이며, 후배 판사와 검사를 소개하기 위해 데려갔다고 볼 것인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한다'는 판사들이 스스로 금과옥조를 팽개치고 검찰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퇴근 후 비공개 회동을 요청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중수부장은 "론스타코리아 유회원씨 이야기가 있었다. 부장판사 측은 영장기각이 옳다고 했고, 우리는 구속의 필요성을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불구속 제의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공개했다.
무슨 얘기인가. 법원이 불구속을 제의했지만 검찰이 거부했다는 말인가, 혹은 제의로 여기지 않았으니 그 자체가 없었다고 봐 달라는 것인가. 법원측 당사자들이 입을 닫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의혹과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 의혹에 대해서는 국익을 위해 폭 넓은 수사를 원하는 게 일반적인 국민정서이다. 그럴수록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는 엄정한 법적용이 필요하며 검찰의 영장 청구는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모습을 보면 법원측은 '검찰이 알아서 영장 청구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 직전 유회원씨의 부탁에 따라 외환은행측 소송대리인을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신속한 사실확인과 책임규명이 엉뚱한 파동을 막고 법원의 독립을 유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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