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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국제학교의 천국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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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국제학교의 천국 베이징

입력
2006.11.1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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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의 한국 교민들에게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활여건의 하나는 교육이다. 중국에 뿌리내리려는 이들은 자녀를 중국 공립학교로, 몇년 생활하다 귀국할 주재원들은 초중고 과정의 국제학교로, 두 학교의 장점을 모두 취하려는 이들은 중국학교의 영어수업 국제반으로 보낸다. 국제학교와 국제반이 즐비해 원치 않는 선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 외자유치 덕분, 자국민도 쉽게 입학

베이징에는 윈스턴 처칠이 나온 영국학원 해로우를 비롯해 웨스턴아카데미, 덜위치 등 영어권 명문 학원 30여 곳이 성업중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상하이(上海) 등에도 캠퍼스를 두고 있다.

형편이 되는 교민들은 명문 국제학교로 자녀를 보내 영어라도 제대로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비영어권에서 명문 국제학교에 입학할 기회를 갖게 돼 다행이라는 것이 이들의 반응이다.

이런 상황은 외자 유치 정책 덕분이다. 자본과 함께 들어오는 외국인들에게 생활여건을 제공하려다 보니 국제학교 설립에 규제를 가하지 않았고, 결국 베이징은 국제학교의 천국이 됐다.

현재 중국에는 100개 이상의 외국 유명 학원과 대학들이 들어와 있다. 미국의 존스홉킨스대 등은 중국 캠퍼스를 마련했고, 하버드대도 올 여름 분교 개설을 위한 사전 조사를 마쳤다. 한국 유학생들이 미 하버드대 대신 중국의 하버드대로 유학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국제학교를 유치하면서 자국민에게 배타적이지 않다. 연 1만~2만 달러의 학비를 부담하고 약간의 경쟁만 감수하면 중국인 학생들도 쉽게 입학할 수 있다. 그래서 국제학교 학생 중 상당수는 중국인이다.

중국은 공교육과는 달리 국제학교와 같은 사립교육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중국 공교육은 우리처럼 골치덩어리 그 자체다. 초여름 중국 대학입시 풍경은 우리의 그것과 똑같고, 고등학교도 철저히 서열화돼 있다.

일류 유치원을 가야 일류 대학에 간다고 믿는 부모가 많다. 경쟁에 찌든 아이로 키우지 않으려는 중국 부모들이 늘 수밖에 없고 실제로 국제학교의 중국인 학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한국도 교육 문호 개방해야

이렇다고 중국 당국이 관장하는 공교육과 대학교육이 뒷걸음치지는 않는다. 지난달 영국 더 타임스 서플먼트가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 베이징대는 14위를 차지, 19위의 도쿄대, 63위의 서울대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유학생 유치를 위해 베이징을 찾은 데이빗 리브런 미 라이스대 총장은 "중국의 일류 대학들이 세계 저명 교수들을 싹쓸이하고 있어 우리가 긴장하는 상황"이라고 엄살을 떨었다.

지난 8월 서울 용산국제학교가 문을 열자 서울에도 이제 내로라하는 국제학교가 생겼다는 반응이 나왔다. 외국 학교를 유치하려는 교육부의 계획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고 문을 열면 들어오는 모기를 감수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중국보다 튼실한 공교육 시스템과 세계 최고의 사교육 열기라는 모기장도 있다.

이영섭ㆍ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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