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주택담보대출을 전격 중단했던 주요 시중은행들이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재개한다. 금융감독원이 여론의 질타와 관치금융 부활이란 비판에 부담을 느낀 듯 입장을 번복해 은행들에게 "대출총량규제를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다"고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1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 은행들은 20일부터 정상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기로 했다. 감독당국이 은행별로 대출증액 한도를 정해주는 이른바 총량규제를 적용하면서 지난 주 금요일 신규대출이 중단 된지 하루 만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각 은행에 설정한 대출한도를 반드시 지키지 않아도 좋다. 실수요자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해달라. 다만 부동산 가격 급등에 편승한 가수요는 잡아달라'고 주문해 은행들이 사실상 총량규제가 해제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요일 오전 대출을 전면 중단했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당일 오후 전국 영업점에 다시 대출을 재개하라는 공문을 긴급 발송해야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택대출 영업을 사실상 정상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매매계약을 체결해 자금 스케줄이 임박한 불요불급한 대출 수요자 등 실수요자는 100%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기성 수요가 명백하거나 상환능력이 검증되지 않는 경우는 대출이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가는 금감원이 창구지도란 형식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만 실행할 수 있는 사실상 대출총량규제를 실시하는 등 관치금융의 구태를 보인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져 이를 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예고도 없이 대출을 규제해 주요 은행들에는 대출 희망자들의 항의와 문의가 쇄도했었다. 이 바람에 하루 사이에만 신규대출 중단->실수요자만 대출 가능->대출 전면 재개 등으로 정책이 조령모개처럼 번복돼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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