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왜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지 못 하는지 그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또 벌어졌다. 금융감독당국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총량규제를 17일 전격 단행했다가 시장 혼란만 초래한 채 하루 만에 없던 일로 물러났다.
부동산 정책은 완벽한 검토와 준비를 거쳐도 구멍이 발견되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민감한 사안인데, 정부 대처는 이렇게 어설프기 짝이 없으니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주택담보 대출 증가세가 심각하고 대출 행태에도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11ㆍ15 부동산대책 발표의 영향으로 전달보다 2배 가까이 대출이 늘어나는 양상이었다. 20일부터 시행되는 주택담보대출 기준 강화에 앞서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때문이다. 대출 건전성 차원에서도 감독당국이 우려할 만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주요 시중은행의 신규대출을 동시에 틀어막을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금융전문가가 아니어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대출을 전제로 매매나 전세 계약을 마친 소비자들에게는 날벼락이었고, 은행에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또 금융감독당국의 애매한 태도로 인해 은행들은 17일 오전까지는 신규대출을 전면 중단했다가, 오후에는 일부 실수요자에 한해 본점 승인을 거쳐 대출을 허용하는 등 갈팡질팡했다.
'창구지도'라는 편법을 동원한 대출총량 규제가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비난으로 이어지자 결국 감독당국이 손을 든 것이다. 급한 불을 끄려고 준비 없이 덤볐다가 정부 신뢰에만 화상을 입고 물러난 꼴이다.
감독당국은 감독권을 무기로 은행에 압력을 넣어 대출총액을 규제하는 구시대적 행태를 버리고 원칙대로 건전성 차원에서 대출을 면밀히 살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동산 투기붐에 편승해 차주의 상환능력을 무시한 채 담보만 잡고 대출을 남발하는 은행들의 '전당포식' 대출행태에도 문제가 많다. 평소에는 손 놓고 있다가 일이 터지면 부랴부랴 달려들어 어설픈 정책으로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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