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회담은 부드러운 분위 기 속에 시작됐으나 양국 정상 모두 할 말은 하는 분위기였다. 역사 인식을 둘러싼 입장 차이 때문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당시의 한일정상회담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회의장인 NCC(국제회의센터)에서 활짝 웃는 낯으로 만났다. 10월9일 북한 핵실험 강행 당시 서울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 뒤 40일 만이었다. 회담 초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노 대통령은 취재진을 앞에 두고 “아주 가까운 이웃사촌인데 사진 한 번 모양 좋게 찍어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손이 아주 따뜻하다”고 덕담을 건네자 아베 총리는 “가슴도 따뜻하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퇴장한 뒤 진행된 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일본으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도 납치(납북자) 문제가 있다”고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납치 문제는 6자회담에서 초점을 두는 핵 문제와 보완적 관계가 돼야지 상충적 관계가 돼서는 안 된다”고 적절히 선을 그었다.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역공을 가했다. 노 대통령은 “역사 문제가 더 이상 동북아 지역의 협력 질서에 장애 요인이 되지 않도록 아베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역사공동연구위원회를 조기에 발족하고 양국간 공통의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하는 정도로 마찰을 피했다.
6자회담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한국은 주변국인 미국, 일본, 중국과 협의를 하면서 북한과도 문제를 풀어야 하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고 어려움을 표시했다. 아베 총리도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겠다”고 답했다. 회담 시간이 30분 정도로 짧았던 만큼 토론보다는 각각 양국의 입장과 처지를 설명하고 양해하는 선에서 회담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노 대통령은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불용의 원칙 아래 북한에 대한 압력과 대화를 병행하는 게 긴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하노이=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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