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은평뉴타운 분양가 인하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17일 용적률을 40% 가까이 올리기로 밝힌 것이 그 신호탄이다. 이번 조치가 구체화하면 분양가가 최고 200만원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여 뉴타운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한편으로 환경친화적인 첨단 미니도시 조성이라는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분양가 인하 위한 고육책
9월 은평뉴타운 아파트 원가가 공개됐을 때 실수요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65평형의 평당 분양가가 1,523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주변 지역인 서울 은평구의 당시 평균 평당 아파트 시세 770만원보다 배 가까이, 강북 지역 평균이었던 907만원보다 67%나 높은 가격이었다. 가장 작은 평수인 34평형도 평당 분양가가 1,151만원에 이르렀다.
서울시는 수요자들의 비판이 쇄도하자 당황해 분양원가를 공개했으나 여론은 더욱 나빠졌다. 건축비가 평당 600만원에 육박한다는 소식에 수요자들은 “금으로 아파트를 짓느냐”며 서울시를 질타했다. 또한 시가 분양가를 낮추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후분양제가 건설업체의 금융비용만 증가시킬 것이라며 인하가능성을 믿지않는 분위기였다.
65평형 1억4,000만원까지 인하
분양원가는 크게 건축비와 토지비를 더해 산정한다. 용적률을 높이면 건축비에는 별 다른 영향이 없지만 증가하는 가구수만큼 토지비 분담 효과가 발생해 평균 토지비는 낮아지게 된다. 내집마련정보사에 따르면 다른 요인들을 모두 제외하고 용적률 변동폭을 토지비용에 대입시키는 단순 산식을 사용할 경우 분양가 인하폭은 13%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평당 토지비 636만원, 건축비 515만원으로 평당 분양가가 1,151만원이었던 34평형의 경우 용적률을 200%까지 올리면 토지비가 489만원 정도로 낮아져 분양가는 1,004만원까지 떨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190%까지만 올려도 토지비는 508만원, 분양가는 1,020만원선으로 낮아질 수 있다.
용적률 200% 적용시 41평형은 1,391만원에서 1,204만원으로, 53평형은 1,500만원에서 1,294만원으로 평당 분양가가 낮아진다. 평당 분양가가 1,523만원였던 65평형은 1,312만원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34평형의 분양가는 3억9,000만원대에서 3억4,000만원대로, 41평형은 5억7,000만원대에서 4억9,000만원대로 낮아질 수 있다. 7억9,000만원대였던 53평형은 6억8,000만원대로, 9억9,000만원에 육박했던 65평형은 8억5,000만원대로 대폭 떨어질 수 있다. 게다가 서울시가 기반시설 비용의 상당액을 시 재정으로 부담하겠다고 밝혀 추가 인하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시는 “고분양가 논란을 빚고 있는 은평뉴타운 외 33개 뉴타운지구에서는 용적률 상향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선 주거여건 악화 우려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등은 용적률을 한꺼번에 40%포인트 넘게 올릴 경우 난개발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박병옥 사무총장은 “용적률이 올라갈수록 주거 조건이 악화하는 것”이라며 “용적률을 올리기에 앞서 건축비, 택지조성비 등에 포함된 거품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종상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건물 층고만 높이고, 녹지 등 다른 기반시설은 당초 계획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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