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탈 없이 치러졌다. 교사나 학생, 입시전문가들은 이번 수능시험이 난이도 조절에 성공적이었고, '가' '나'형 문제지의 수준 차이도 두드러지지 않았으며, EBS 강의내용과의 연계도도 높았다는 등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시험 운영도 별 문제삼을 점이 없을 만큼 원활했다. 출제·운영을 담당한 관계자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성공적' 수능의 이면에는 우리 입시체계, 나아가 전체 교육현실의 모순이 있음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사교육 억제 효과도 의심스럽지만 어쨌든 수능의 난이도를 이런 식으로 계속 낮춰 잡을 경우에는 당연히 변별력이 문제가 된다.
학업성취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한다는 시험의 원래 목적에도 어긋날 뿐더러, 더욱이 2008학년도부터 수능성적이 9등급만으로 환산되면 실력이 아닌 한 두 문제의 실수 여부에 따라 등급이 오르내리는 비합리적인 현상이 빚어지게 된다.
평가의 또 다른 요소인 내신성적은 엄존하는 고교별 학력차 때문에 여전히 대학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방법은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밖에는 없다. 수능이나 내신의 평가능력 자체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나름대로 원하는 학생을 고를 수단을 확보하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혹자는 미국 등의 선진국 대학 대부분이 본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들 대학마다 독자적이고도 엄정한 자체기준을 통해, 그것도 매년 다른 방식으로 보완해 가며 학생을 선발한다는 사실은 도외시하고 있다.
일부 대학이 다양한 측면에서 학생의 자질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방안으로 검토 중이고 당국도 수긍하고 있는 입시사정관 제도 역시 대학의 선발권 확대가 전제돼야 하는 사안이다.
대학 선발권의 확대는 논술이나 구술면접고사 등 전형방식의 또 다른 획일화로 인한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수능·내신의 평가 및 반영방식과 대학의 학생선발권 제한은 논리적으로도 병존할 수 없는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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