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17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 인사 청문회에서는 ‘사상 편향성’, ‘대미ㆍ대북관’ ,‘보은인사’등이 논란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 내정자를 ‘제2의 이종석’, ‘실패한 대북정책 신봉자’등으로 표현하며 검증에 나섰다.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이 내정자에게 “김일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서면 질의했더니 이 내정자가 ‘역사가 할 수 있을 것이며 아직 과거사가 정리돼지 않았다’고 답했다”며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내정자는 “역사학자들의 견해를 전한 것으로 남북관계가 위기 상태라 말을 아끼고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고자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엔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이 내정자를 향해 “6ㆍ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라고 물었다.이 내정자는 “규정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가 정 의원이 “수백만명이 희생된 6ㆍ25의 원인에 대해 통일부 장관이 회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남침은 이미 규정돼 있는 것이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 의원이 재차 “남침이라고 생각한단 얘기냐”고 하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간첩 전력의 김남식씨 장례식장에서 이 내정자가 ‘민족통일사의 큰 업적을 이룬 분으로 존경해 마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남식씨는 60년대 남파돼 전향한 북한 전문가였다.
이 내정자는 “정확하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 못한다”고 했다가 “평소 세미나 등에서 김남식 선생의 얘기를 듣고 공감했던 것을 표현한 것” 이라고 말했다.
“부시행정부는 북한체제 붕괴를 유도하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 내정자의 15일 ‘민주평통 2006년 영어권 차세대 포럼’에서의 발언도 문제가 됐다.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바보나 반미 골수분자가 아니면 어떻게 인사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이런 발언을 하느냐”고 따져 물었고, 김용갑 의원도 “이런 대미관을 갖고 통일부 장관을 해서 한미관계가 제대로 되겠냐”고 힐난했다.
이에 이 내정자는 “강연 전체 맥락은 한미의 더 깊은 공조아래 남북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영어 번역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해명도 했다.
이어 “2차 핵실험은 당연한 것으로 큰 일 아니다”, “2차 핵실험을 해도 인도적을 지원해야 한다”는 최근 인터뷰도 논란이 됐다. 그는 “2차 핵실험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라고 피해갔다.
그의 과거 발언이 거푸 문제가 되자 여당 의원도 충고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정동채 의원은 “민족을 사랑하는 열의와 통일에 대한 열정은 이해되지만 장관이 되면 절제되고 한계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4년 6월 대구교도소로 지난 대선 당시 병풍 사건의 주역인 김대업씨를 면회간 것도 도마에 올랐다. 면회 후 이 내정자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분노를 삭이고 역사의 대업을 이룬 것을 보람으로 생각하라”는 글을 남긴 것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추궁도 있었다. 김 내정자는 “강신성일 전 의원을 면회하는 길에 함께 면회한 것”이며 “당시는 정치권을 떠나 있던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당 최성 의원이 “이 내정자를 보고 노무현 대통령 특유의 보훈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고 하자 “대통령께 은혜를 드린 게 별로 없다”고 받아넘기기도 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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