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AFC)이 또 한번 국제 축구계의 비웃음을 사게 됐다.
16일(한국시간) 발표된 ‘2006 AFC 올해의선수 후보’ 명단에 독일월드컵과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 설기현(레딩)과 박지성(맨유), 이영표(토트넘)등 한국 선수들은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 뿐만이 아니다. 월드컵과 유럽 리그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인 알리 카리미(이란), 팀 케이힐(호주), 나카무라 ??스케(일본) 등 아시아를 대표할만한 선수들이 모조리 후보군에서 탈락하는 어이없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해 박지성 등 유럽파들이 ‘시상식 참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란 이유로 후보군에서 제외된 데 이어 AFC가 선사한 ‘코미디 속편’이다.
이들을 대신해 올해의 선수 후보에 오른 10명의 면면을 살피면 국제축구계에서 ‘무명’에 가까운 이들로 채워졌다. 이브라임 라비모프(타지키스탄), 파헤드 아탈(팔레스타인), 바트르 알 무타와(쿠웨이트) 등 전혀 생소한 이름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말도 안 되는 시상 기준 때문이다. AFC공식 홈페이지는 ‘FIFA와 AFC 주관대회에서 활약도를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AFC 주관대회 중 AFC챌린지컵과 AFC프레지던트컵의 경우에는 한국, 이란, 일본 등 아시아의 강호들이 참가하지 않는 대회다. 후보에 오른 팔레스타인의 파헤드 아탈의 경우 AFC챌린지컵에서 3경기 8골을 쏟아 붓는 활약을 보였지만 상대가 축구 불모지나 다름없는 괌과 캄보디아 등이었다. 또 FIFA 주관대회에서 활약한 선수는 매 경기 최대 25점을 얻을 수 있고 AFC챌린지컵에는 15점이 배분돼 있다. 이렇게 되면 박지성이 독일월드컵 3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해도 AFC챌린지컵에서 6경기나 뛴 타지키스탄의 라비모프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김주성 국제부장은 “AFC가 아시아 대륙 자체적으로 열리는 대회의 권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면서 “오는 19일 AFC 실무진 회의가 열리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범기자 kik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