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은 필요악이다.’ 버블이 생기기 전에 막는다면 가장 좋지만 인간의 탐욕 때문에 이것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버블이 생겼다 터졌다를 끊임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것은 버블이 걱정되는 시점에 아무리 버블이라고 얘기해도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터지고 나면 후회가 남지만.
우리 주식시장의 버블 1호는 ‘건설주’다. 건설주 버블은 1976년 중동 건설붐과 함께 찾아왔다. 당시 국내 경제는 성장률이 11.7%, 수출 증가율이 36.2%에 이르는 등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고, 유가 급등으로 중동에서 대규모 건설 사업이 벌어지자 우리 건설업체가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더해 건설업체들이 중동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국내에서 주택 구입 붐이 일어나 건설주가 급등했다. 당시 건설주 상승이 얼마나 심했던지 건설회사 사장이 중동행 비행기를 탔다는 소식만 들려도 주가가 올랐다는 믿지 못할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산이 높았던 만큼 골도 깊었다. 중동 건설이 실제로 큰 이익을 남기지 못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건설주는 몇 년에 걸쳐 끝없는 하락을 기록했다.
두 번째는 1987년의 트로이카였다. 1986년 3저 호황으로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주가가 빠르게 상승했다. 140대였던 종합주가지수가 200선을 넘는데 무려 6년 3개월 걸렸지만, 300선을 넘는 데는 10개월이면 충분했다. 당시 선도 주식은 금융, 건설, 무역주로 대표되는 이른바 트로이카 주식이었다.
종합주가지수가 6배 정도 오르는 동안 금융주는 100배에 달하는 상승을 기록했다. 그 끝도 좋지 않았다. 한때 5만원을 호가하던 증권주가 10년 넘게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은행주들은 외환위기 때 쓴 맛을 보고 말았다.
버블이 있다, 없다 하는 논란은 무의미하다. 버블은 만들어지고 있는 동안 누구도 버블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오르는 동안에는 온갖 이유를 붙일 수 있지만 떨어지고 나면 모두 쓸데 없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버블을 이기는 것은 정확한 판단과 자기 판단을 믿는 뚝심밖에 없다.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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