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글로벌 펀드의 2인자인 엘리스 쇼트 론스타 본사 부회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세 번째 만에 발부됐다. 외국계 회사라도 국내 시장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응당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검찰의 의지가 관철된 셈이다. 검찰 수사는 막바지 수순을 밟고 있다.
법원의 영장 발부 배경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는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영장 발부 여부는 빨라야 17일께 결정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지 17시간 만인 16일 오전8시께 영장 발부 사실을 알렸다. 법원 관계자는 “이미 두 차례 심사를 한 데다 체포영장은 애초 심문이 필요 없어 금방 결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차례 영장을 기각했던 법원이 발부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한마디로 법원의 요구 사항이 충족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원은 지난번 영장을 기각할 때 “미국에 있는 피의자들의 체포영장을 발부해도 실효(實效)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우리 검찰이 미국으로 직접 체포하러 가는 것은 주권 침해에 해당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법원의 지적을 받아들여 이번 체포영장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위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실제 체포를 위한 영장’에서 ‘범죄인 인도 청구를 위한 영장’으로 체포영장의 목적이 달라진 만큼 영장을 발부했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잇단 영장 기각에 따른 검찰의 거센 반발과 투기 자본을 옹호한다는 일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법원이 타협의 손을 내밀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 절반의 성공
검찰이 론스타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밝혀낸 것은 큰 수확이다. 이번 체포영장 발부에는 외환은행 매각 로비에 이어 외환카드 주가 조작에도 론스타 경영진이 개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깔려 있다. 15일 하종선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의 구속으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당시 불법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었다. 검찰이 론스타 본사를 압박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수사의 ‘명분’을 얻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검찰이 챙긴 실리(實利)는 크지 않다.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불법 로비 의혹의 핵심 열쇠를 쥔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정헌주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등 ‘론스타 3인방’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매각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몸통’ 규명에 나서려는 검찰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범죄인 인도 청구 후 쇼트 부회장 등이 입국해 조사받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일부 실무자들을 추가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이번 수사가 마침표를 찍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결정적인 의혹 규명이 미진하더라도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수사를 종결하겠다”는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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