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1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청문회에선 “송 내정자가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반미주의자로 변신했느냐 아니냐”가 가장 큰 쟁점이었다. 한나라당은 “송 내정자는 실패한 대북 정책의 핵이자 대미 외교의 장애물”이라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은 “민족과 나라를 살릴 전사가 돼 전세계를 감동시켜 달라”며 송 내정자를 적극 감쌌다.
반미주의자 변신(?) 논란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국은 인류역사상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유엔에 우리 운명을 맡기면 안 된다”는 송 내정자의 발언을 걸어 “출세를 위해 친미에서 반미로 전향했느냐”고 질타했다. 이해봉 의원은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으로 발탁되기 전엔 사석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심하게 비판했다더니 DNA가 노무현 코드로 바뀐 것이냐”고 추궁했다.
남경필 의원은 “노 대통령과 반미 코드를 맞추어 자리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부동산 사태처럼 여론이 폭발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김덕룡 의원은 “외교안보라인이 전부 교체됐는데도 한미 갈등의 최중심인 송 내정자만 살아 남아 승진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용갑 의원은 “송 내정자는 화끈한 노(盧)의 남자”라고 비꼬았다.
송 내정자는 “한 번도 지위를 위해 생각을 바꾼 적 없다”며 “반미 발언이나 행동을 전혀 한 적 없는데 왜 그런 수식어가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반성하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는 김용갑 의원의 질문엔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겠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은 국정감사 때도 논란이 됐던 송 내정자의 “미국은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라는 발언의 적절성을 재탕 삼탕식으로 따졌다. 송 내정자는 “선의에 바탕을 한 말인데 거두절미하고 보도된 것으로, 미국도 진의를 이해한다 했으니 그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받아넘겼다.
외교 실정 공방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등은 “감성적 자주 외교를 들고 나와 북핵 실험과 한미동맹 악화 등 중대 실책을 범한 책임을 지고 이제라도 자진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남경필 의원은 “노 대통령이 고집을 부려 송 내정자를 장관에 임명한다면, 지금처럼 예스맨이 되지 말고 대통령이 그른 길을 가고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 의원도 “9ㆍ19 성명에 대해 송 내정자가 곧 북핵이 해결될 것처럼 자찬한 것은 외교관으로서 잘못된 언행”이라고 말했다. 우리당 임종석 의원은 비유법을 자주 쓰는 송 내정자의 화법과 관련, “장관이 되면 말을 평범하고 덜 재미있게 해 불필요한 설화를 일으키지 말라”고 주문했다.
송 내정자는 사퇴 추궁에 “인사권자의 권한”이라고 답했다.
반면, 우리당 정의용, 정동채 의원 등은 “어려운 시기에 장관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분”,“많이 노력하셨는데 실적이 폄하돼 안타깝다” 등 송 내정자를 엄호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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