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한 정부의 찬성 결정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 핵실험 이후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비판이 국내외적으로 고조된 상황에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마저 또다시 외면할 경우 대내외적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유엔 인권이사국 진출, 반기문 차기 유엔사무총장 당선, 강경화 외교부 국제기구국장의 유엔고등판무관실 부판무관 임명 등으로 유엔 내에서 인권의 깃발을 앞장서 들어야 하는 우리 처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됐다.
반 차기 유엔사무총장이 뉴욕행에 앞서 대북 인권결의안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것도 유엔 내에서의 우리 위상이 고려된 측면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에 대한 찬성 방침을 굳히기까지는 진통이 없지 않았다. 지난 11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유엔 북한인권결의에 대한 정부 입장 결정을 위한 당정협의 당시 여권에서는 6자회담과 남북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집중 거론하며 인권표결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도 부정적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 내에서도 통일부 등에서 기권 또는 불참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는 등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이처럼 표결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나온 정부의 찬성 결정은 당면 현안인 6자회담이나 남북관계에 큰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측의 6자회담 복귀 결정은 국제사회의 제재압박과 핵실험에 따른 자신감에서 비롯된 결정이어서 유엔 인권결의 때문에 뒤집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향후 남북관계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북측은 유엔인권결의 자체를 미국이 사주한 체제 붕괴 시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으로서는 우리측이 당분간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6자회담 재개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대화 등 ‘해빙무드’는 당분간 조성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그러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는 16일 인사청문회에서 북측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 “우려는 가질 수 있으나 다른 현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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