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만 총통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으로 평가돼온 마잉주(馬英九ㆍ56ㆍ사진) 대만 국민당 주석 겸 타이베이(臺北) 시장이 15일 공금 횡령 및 축재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고개를 떨궜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등 홍콩 및 대만 언론들은 16일 마 주석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를 표명함에 따라 청렴을 내세워 세몰이 하던 마 주석의 대권가도에 비상등이 켜졌다고 일제히 전했다.
마 주석은 이날 “심각한 행정적 착오와 실수에 대해 진정으로 부끄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마 시장의 사과를 끌어낸 사건은 지방 자치단체장들이 쉽게 범하는 판공비 비리.
마 시장은 시장에게 매달 지급되는 판공비인 ‘특별지출비’ 34만 대만달러(약 1,240만원)를 2004년부터 2년간 개인계좌에 입금, 사적용도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그의 비서는 2003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특별지출비 사용처를 증명하는 영수증을 조작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집권당인 민진당은 마 시장을 공금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마 주석은 14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마 주석은 그러나 “특별지출비 처리 상황을 지난달에야 알았다”며 “이번 일은 내가 사정을 모르는 바람에 시작됐지만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식 변명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 임기 만료를 40여일 앞두고 있는 마 시장은 시장 사퇴 의향을 묻는 질문에 “내 자신이 부정에 개입한 것이 아니어서 감독 부주의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고 본다”며 일축했다.
이번 사건으로 청렴하고 개혁적인 이미지와 깔끔한 외모로 ‘미스터 클린’으로 불려온 마 시장의 전도가 불투명해졌다. 마 주석이 기소될 경우 국민당 당규에 따라 당내 경선에 나갈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타격은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의 본인 및 가족 비리에 염증을 내는 대만 국민들이 “마잉주도 별거 없구나”하는 실망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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