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1 야당인 사회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실시함으로써 프랑스 대선의 막이 올랐다. 사회당은 16일 전국 4,000여 지부에서 후보경선 투표를 실시, 우파로부터 권력을 되찾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선이 유력한 사회당 후보는 여성인 세골렌 루아얄(53) 의원. 그는 도미니크 스트로스_칸(57) 전 재무장관에 25%포인트 이상 큰 차이로 앞서 이변이 없는 한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주간지‘르 주르날 뒤 디망슈’가 좌파 성향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루아얄은 58%의 지지율로 32%의 스트로스_칸과 9%의 로랑 파비우스 전 총리를 크게 앞섰다.
관심의 초점은 루아얄이 무난히 1차 투표에서 승리할 것인가 여부다. 그 동안 세 차례 열린 후보간 정책토론회와 선거운동을 거치면서 루아얄이 점수를 잃어 선거 막판 지지도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23일 결선투표가 실시되고, 2, 3위가 표를 결집한다면 루아얄도 당선을 자신할 수 없다.
환경 및 가족 장관을 역임한 루아얄은 토론회에서 안보정책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지도력에 의문점을 던졌다. 더욱이 교사 근로시간을 18시간에서 35시간으로 확대하고 비행 청소년의 병영교육을 주장하는 등 사회당과 거리가 먼 중도적인 정책들을 밝힌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돼 사회당원의 정서에 상처를 입혔다. 22만여명의 사회당 당원 중 교사는 20%를 차지하는 최대 지지층이다.
정통 사회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경쟁자들은 루아얄이 “온실 속에 자란 화초와 같은 여성으로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는‘여성 한계론’을 내세워 맹공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루아얄은 “남성 우월주의(마초이즘)의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맞받아쳤다. 자신감을 얻은 파비우스는 “루아얄이 중도로 기울어 강경한 사회당원들의 성향상 결선투표가 치러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루아얄은 사회당 제1서기 프랑수아 올랑드(52)와 25년째 동거하면서 네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루아얄 지지자들은 이를 일축한다. 사회당 후보 중 루아얄만이 유일하게 우파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유력한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과 맞붙어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르 몽드지의 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루아얄은 가상 대결에서 사르코지에게 1% 포인트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가 내년 4월에 치러질 프랑스 대선에 벌써 관심을 갖는 것은 루아얄 때문이다.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프랑스에서 ‘여풍(女風)’이 분다면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차기 대선이 영향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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